임시국회 마지막날인 25일 국회는 본회의 개최여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국회 주변에는 하루종일 전운이 감돌았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장단의 출근저지를 통해 본회의 개최를 원천봉쇄하는 전략을 동원했고 민주당은 국회법 강행처리 시나리오를 작성,준비작업에 나서는 등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국회법 처리를 위한 법사위 등이 열리지 못했으며,오후 5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도 밤 늦게까지 열리지 못하는 진통을 겪었다.

이날 오후 이만섭 국회의장은 민주당 서영훈 대표와 만나 <>금융지주회사법 등 여야간 견해차가 없는 민생현안을 우선 처리하고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전제로 인원수를 조정하는 방안을 타협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서영훈 대표는 "일리있다"며 긍정적 태도를 보였으나,김옥두 사무총장과 정균환 총무 등은 원칙대로 모든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펴명,분위기가 일순간에 뒤집혔다.

이만섭 의장은 이어 민주당 정균환,한나라당 정창화 총무와 함께 의장 공관에서 국회 정상화 방안을 협의했으나 야당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고 여당은 국회법 절차의 준수를 촉구하는 등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난항을 겪었다.

한편 한나라당은 본회의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이만섭 국회의장의 한남동 공관과 김종호 부의장의 서교동 자택에 소속 의원들을 대거 보내 등원을 봉쇄했다.

김 부의장은 이날 오후 1시께 감시망을 뚫고 자택의 옆건물로 피신,무려 4시간여 동안 머물다가 국회로 출발하기 위해 건물을 빠져나오던 도중 다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발각돼 "탈출"에 실패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오전부터 당6역회의,의원총회,원내대책회의 등을 잇따라 열어 국회법과 추경안 등의 강행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야당과의 격돌에 대비,속기사는 물론 의사봉 및 무선마이크를 두 개 이상 준비하고 야당 교란을 위해 의장의 사회권 이양을 최대한 늦추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시나리오"도 작성,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송영길 의원 등 일부 386들은 "자민련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한나라당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자민련이 앞으로 모든 사안에 대해 우리와 입장을 같이한다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며 강행처리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태웅.김미리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