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2층 강당에 17일 마련된 상봉대상자 확인창구에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북측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산의 한이 길고도 깊은 만큼 북에 있는 부모형제의 생사를 확인한 이산가족들의 사연도 가지가지였다.

<>.경기도 분당에서 대한적십자사 본사를 찾아온 양문열씨(64)는 6.25때 실종된 형님 원열씨(70)의 생존사실을 확인했으나 부인 정인혜씨(61)는 오빠 정용준씨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부부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문열씨에 따르면 원렬씨는 서울대 문리대 1학년, 용준씨는 문리대 2학던에 재학중 6.25가 터져 경북 달성군 가창면의 고향집과 소식이 끊겼다.

문열씨는 "형이 6.25 1주일 전에 서울로 갔는데 실종됐다"면서 "어제 TV로 형의 생존소식을 들은 친척들이 집에 모여 눈물바다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신당동에서 하숙하다 비슷한 시기에 실종된 용준씨의 소식은 확인되지 않았다.


<>.북측이 보내온 상봉대상자가 속속 확인돼 환호가 연발하는 가운데서도 서울 공릉동에서 한적을 찾은 이경구씨(80)는 "혹시나 하고 왔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결혼 후 평양에서 부인 및 1남2녀와 함께 살다가 1.4후퇴 때 혼자 내려온 이씨는 8.15교환방문단으로 방문신청을 했으나 뽑히지 못했다.

이씨는 "큰 애가 지금은 쉰여덟이나 됐다"며 "혹시나 북의 가족들이 나를 찾지 않았나 해서 나와봤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운영돼 상봉대상자 확인창구에는 한적 직원 6명이 밤늦게까지 쉴 새 없이 걸려오는 문의전화를 받고 생사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북측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가 확인된 경우 이를 취재하려는 보도진이 한꺼번에 몰려 한적 강당은 하루종일 들뜬 분위기였다.

전화상담을 하던 한 직원은 "밤 몇시가 돼야 끝이 날지 알수 없는 상황"이라며 "밤늦게까지라도 더 많은 이산가족들이 북녘 부모형제의 소식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흐뭇해했다.


<>.생존사실이 확인된 이산가족 수가 1백명을 넘어서면서 상봉대상 가족들은 마지막 1백명의 상봉대상에서 탈락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도 내기 시작했다.

남북 양측의 방문단 수가 1백명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에 있는 가족의 소식을 확인 기쁨도 잠시, 상당수 이산가족들은 최종 명단이 확정,발표될 때까지 다시 한번 마음을 졸이게 됐다.

한 이산가족은 "우리는 형제가 모두 살아있는데 한 두 명 만나는 사람보다 우선권을 줘야 하지 않느냐"며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