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형제자매를 다 떠나보냈는데 큰 형님을 만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어요"

북한의 인민배우 박섭(74)씨가 찾고 있는 막내 동생 병련(63.양천구 목동)씨는 "부모님 제사 때면 항상 맏상주인 형님 생각에 눈물로 지냈다"며 "세 딸들이 이제는 큰 아버지께 인사라도 드리고 가족된 도리를 다할 수 있게 돼 한없이 기쁘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병련씨는 박섭씨의 얘기를 하다가도 "조금만 빨랐어도 형제들을 더 볼 수 있었을 텐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박섭씨는 월북전 연극단 ''신향''의 배우였다.

그는 북한으로 가 배우활동을 계속하면서 ''처녀 이발사'' ''우리에게도 조국이 있다'' 등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성우 활동도 왕성하게 해 북한에서는 최고의 영화더빙 전문성우로도 알려져 있다.

현재 인민배우이며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70년대에 조선번역영화제작소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생 병련씨는 "막내로 태어나 어린시절 큰 형의 연극 연습장에 따라 다니는 등 귀여움을 독차지했었다"며 "형님과 헤어진 뒤로 부모님과 남은 형제들은 눈물로 지냈다"고 회상했다.

병련씨는 형님을 찾기 위해 우리측 이산가족찾기 명단에 등록을 했지만 1차 상봉대상에서는 탈락했다"면서 "큰 형님을 만나는 순간까지 한잠도 자지 못할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