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4일 민주당 정대철 의원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비난 발언으로 전날에 이어 또다시 파행,운영됐다.

사회.문화분야 대정부 질문을 위해 열린 이날 본회의는 "4.13 총선 부정선거" 문제를 놓고 여야간 격렬한 논란을 벌였으며 결국 민주당 정 의원의 발언에 반발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해 자동유회 됐다.

그러나 야당이 부정성거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고 나선데 대해 민주당은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회 파행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의원은 이날 오후 신상발언을 통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동료의원에 (부정선거 의혹에) 관한 말을 한 것은 이회창 총재의 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내가 김종필 명예총재,이만섭 의장과 같이 9대 때부터 있었지만 동료를 이 자리에서 매도하는 것은 본일이 없다"고 질타했다.

정 의원은 이어 본회의에 불참한 이총재에게 전해달라며 "정치 선배로서 이회창 대표에게 충고하는데 정치는 이렇게 하면 안된다. 이 총재는 정신 차리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신상발언을 신청,"정 의원이 부재중인 제1당 총재에게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고 삿대질하는 것은 대단히 비겁한 일"이라면서 "정 의원은 이런 것을 김정일 한테 배운 것이냐,아니면 김대중 대통령이나 자기 정치 후배인 서영훈 대표가 시켜서 한 말이냐"고 역공을 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 배기선 의원이 신상발언을 시작하자 일제히 퇴장했다.

이어 여야는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상대당에 사과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정대철 의원의 사과와 속기록 삭제,국회의장의 유감표명,이한동 총리의 고압적 답변태도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민주당은 "김정일한테 배운 것이냐"는 발언을 한 김문수 의원의 사과와 문구 삭제를 촉구했다.

여야는 의총 이후 몇차례에 걸쳐 총무회담을 갖고 타협을 시도했으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또 민주당이 단독국회를 강행하려 했으나 이만섭 의장이 난색을 표해 다음 의사일정조차 마련하지 못한채 회의는 자동유회됐다.

< 이재창.정태웅 기자 leejc@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