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키로 원칙 합의함에 따라 1천만 이산가족문제가 제도적으로 해결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중국 등 제3국에서 눈치를 보며 만나야 했던 이산가족이 한반도내에서 떳떳하게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남북간 비방과 불신의 소지가 돼왔던 비전향장기수 문제도 "북송을 희망하는 장기수는 9월초 전원 송환"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특히 이번 합의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 이후 처음 열린 회담에서 일궈낸 성과라는데 의미가 남다르다.

북측의 개방.개혁에 대한 전향적 의지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남북정상간 회담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말끔히 씻어낸 쾌거라고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선 이번 회담을 통해 인도적 문제에서 진일보한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국제사회에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부터 3박4일간 진행된 이번 회담 최대의 고비는 이산가족면회소 설치 문제였다.

남측은 "8월까지 면회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북측은 "면회소 설치는 9월초 장기수 송환후 후속회담에서 확정하자"며 팽팽히 맞섰다.

이로인해 30일 3차회의는 시작후 40분만에 북측의 일방적 철수로 정회되기도 했다.

북측 관계자는 또 "우리측안은 두번 세번 양보한 방안이다. 남측이 수용하지 않으면 평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등 남측에 심리적 압박전술을 펼치기도 했다.

실제로 북측은 정회후 북측 취재진의 철수를 지시하기도 하는 등 회담장 주변은 이날 오후 회담이 재개되기 전까지 싸늘한 냉기가 흘렀다.

그러나 남북 양측은 정상간에 "화해와 협력"의 새시대를 열기로 약속한 이후 첫 회담부터 힘겨루기 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데 공감, 서로 한발씩 양보해 결국 합의도출에 성공했다.

한편 이번 합의문에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남측이 "2차 상봉단부터는 국군포로 가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였지만 북측은 이에대해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이미 전후 포로교환을 통해 국군포로를 모두 송환한 만큼 더 이상 국군포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종전입장을 고수,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산가족상봉이 정례화되는 등 남북관계의 진전여하에 따라서는 돌파구가 찾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9일 박재규 통일부장관은 "북한에 3백여명의 국군포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들이 한국방문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남북 당국간에는 이문제와 관련한 물밑협상이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