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이전에서 무덤이후까지를 책임집니다"

보건복지부가 내거는 슬로건이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보고한 업무방향의 서두도 이렇게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보건복지위에서 쏟아져 나온 평가는 영 딴판이었다.

"복지부(福祉部)"가 아니라 "복지부(伏地部)"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의약분업 시책이 세워지고 반발과 수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복지부는 납작 엎드린 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책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고 마찰을 조정하는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난이었다.

"머리"도 "손"도 없는 부처라고 몰아쳤다.

복지부는 이런 불평에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지난 2월과 4월 집단휴진을 벌인 의료계가 또다시 6월 폐업투쟁을 예고했을 때 복지부 간부들은 낙관론 일색이었다.

"감히 폐업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착오였다.

의료대란은 현실화됐다.

파업이 한창 진행중일 때도 "선시행 후보완"을 고집했다.

이것만은 훼손할 수 없다는 자세였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계도기간"이라는 애매한 형식을 빌어 1개월 연기를 발표했다.

준비가 안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해 의.약계와 국민들만 혼선을 겪게 됐다.

이날 국회에서는 동문서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의원들은 비상상황에서도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공공의료기능 강화방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보건소의 질병예방 활동과 노인만성질환 진료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딴소리를 했다.

이렇게 "머리"가 둔하고 "손"이 느린 복지부도 "힘"은 대단하다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의약분업과 관련된 연구와 분석을 도맡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신문에 의약분업 정책을 비판한 글을 쓴 실장급 연구위원을 전격적으로 직위해제시켰다.

"자리를 바꿀 때가 됐다"는 게 연구원측의 설명이지만 정책비판 마저 막으려는 조치였음에 틀림없다.

이날 복지부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국민건강을 복지부에 맡겨도 될지..."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도경 사회부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