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23일 제정키로 결정한 "의료분쟁 조정법"은 어떤 내용을 담게 될까.

이 법안은 지난 1994년 이후 4차례에 걸쳐 국회에 제출됐으나 이해 당사자들의 견해차로 입법에 실패해 그 내용 및 처리 여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다.

이 법은 의료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전문 판정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의료사고의 경우 대부분의 피해자가 사망이나 불구 등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 때문에 병원과 피해자간 극단적 갈등양상을 조정하는 중립기구가 필요해서다.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조항 등과 관련한 이해 관계인 및 정부 부처간 견해차로 법사위에서 처리가 좌절됐다.

이 법안의 주요 쟁점과 처리 전망을 간추린다.

<>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 =지난해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법안은 원칙적으로 의료보상공제조합에 가입한 의사에 대해 피해자가 업무상 과실치사 또는 중과실치상죄 등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단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했거나 혈액형과 다른 혈액을 수혈한 경우 등 명백한 과실로 인정되는 8가지 사례에 대해서는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의료인이 사고의 부담에서 벗어나 환자의 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런 조항을 마련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의료인에게 형사처벌의 특례를 인정하는 외국의 입법사례가 없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8가지 사례 이외의 중과실도 많다는 지적에 따라 법사위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국회 사무처는 "의료인도 일반적 절차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의료인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을 때 형을 감면할 수 있다"는 선에서 법안이 타결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 조정 전치주의 도입 =의료분쟁 조정법안은 반드시 분쟁조정위의 조정을 거친 후 소송하도록 하는 "조정 전치주의"를 채택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문가 확보 등을 통해 공정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정 전치주의 도입은 분쟁만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조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반 조건을 확충하는 방안이 법안에 함께 포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의료과오 조사 주체 =통상 같은 신분의 의사가 의료 과오를 조사할 경우 "동료의식" 때문에 의사쪽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따라서 신분이 보장되는 "법의관"을 임명해 조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 처리 전망 =정부와 여당이 일단 관련 법 제정을 약속한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특히 피해자와 의료인 모두의 권익 향상을 위해 합리적 법안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법안 처리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형사처벌 특례조항 등을 둘러싼 쟁점사안에 대해 의료계와 법조인들간 견해차가 상당히 커 이를 해소하는게 법 통과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