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는 송이버섯을 김대중 대통령과 수행원들에게 선물하겠다"

박재규 통일부 장관은 2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방북기간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렇게 약속했다면서 방북기간중 김 위원장과 나눈 대화내용을 소개했다.

먼저 김 위원장과 대작한 얘기를 꺼냈다.

김 위원장은 답례만찬때 박 장관에게 문배주를 1잔 권했다.

박 장관이 술을 조금만 마시고 술잔을 내려놓자 "왜 술을 안마시느냐"고 물었고 박 장관이 "술을 끊었다"고 하자 "주무장관이 앞으로 통일사업을 안하려고 하느냐"며 술을 권했다는 것.

때문에 몇차례 "원샷"이 오갔고 나중에 김 위원장이 "박 장관이 나보다 더 많이 마셨는데 남쪽 언론은 나만 술 많이 마신다고 한다"고 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취기가 오르자 음식목록을 써놓은 메뉴판에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6.14"라고 쓴 다음 싸인을 해주기도 했다.

이것이 오인돼 자신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모종의 문서를 전달받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고 박 장관은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만찬음식중 송이버섯이 들어간 신선로를 보고 "남쪽에도 송이버섯이 많이 나느냐"고 물었다.

박 장관이 "나긴 하지만 비싸다"고 하자 "올 가을부터 송이를 채취해 김 대통령과 수행원들에게 꼭 보내겠다"고 했다.

박 장관이 "대통령께 보고해도 되나"라고 묻자 김 위원장은 "약속은 꼭 지킨다.

제일 좋은 송이를 따서 보내겠다"고 거듭 약속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또 문화교류와 관련, "(남측 공연단이) 북쪽 정서와 맞지 않는 노래를 부르니 박수가 적게 나온다"며 "다음에는 정서에 맞는 사람을 보내 달라"고 했다.

조용필 이미자 심수봉 은방울자매 김세레나씨 등을 거론하며 "옛날 사람(가수)들이 정서에 잘 맞는것 같다. 이런 연예인들을 주로 보내주면 남북 문화교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남측 영화도 가끔 구해서 본다"며 임권택 감독의 "축제"와 강제규 감독의 "쉬리"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축제"는 작품이 좋더라"며 "유사한 것을 합작 제작할 수도 있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쉬리"에 대해서는 "있지도 않은 것을 만들어 해외에까지 가져가느냐"며 반감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 15일 고별오찬에서는 "통일장관으로서 두 정상의 합의내용을 철저히 잘 지켜 예술품을 만들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김 위원장은 보통 대화하듯 아주 쉽게 말하면서도 필요한 내용은 꼭 전달하는 스타일이었다"고 전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