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JP) 명예총재가 20일 저녁 청와대에서 부부동반 만찬을 함께하며 공조복원 의지를 다졌다.

이날 회동은 김 명예총재가 지난 1월11일 총리직을 사퇴한 뒤 5개월10일만에 이뤄진 것으로 두 사람이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방안을 어떠한 형태로 정리할지가 관심이었다.

4.13총선후 청와대측의 거듭된 회동 요청을 거부해 온 JP가 성공적으로 끝난 남북정상회담을 김대중 대통령과의 신뢰회복 계기로 삼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날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남북정상회담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내용 및 성과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에 김 명예총재는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역사적 전기를 만들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남북문제는 앞으로 당국자 회담 등을 통해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는 등 보수본류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사람은 민주당과 자민련간 공조복원 문제를 본격 논의했다.

김 명예총재는 자민련의 사활이 걸린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김 대통령의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명예총재는 여권이 앞으로 과반수 확보를 통해 정국운영을 주도하기 위해선 이번 임시국회 회기중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의 표결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공조복원 타당성을 피력했을뿐 국회에서의 표결처리 강행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이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한나라당 반발이 거센만큼 여권의 표결처리 강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자민련과 민주당 양당간 통합방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