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원구성이 자민련의 반발로 연기됐다.

제1당인 한나라당과 2당인 민주당은 9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및 특위위원장단을 선출하려 했으나 원내교섭단체도 구성치 못한 자민련이 상임위원장 배분에 반발, 본회의에 불참함에 따라 무산된 것이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8석과 특위위원장 2석중 농림해양수산위원장과 윤리특위 위원장을 자민련에 배려하려 한데 대해 자민련이 특위대신 환경노동위 자리를 보장하지 않는한 원구성에 응할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결국 자민련의 "몽니"로 본회의는 13일로 연기됐다가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순연되면서 다시 16일께로 늦춰지게 됐다.

자민련이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고 민주당도 "원칙과 정도로 간다.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김옥두 총장)라고 쐐기를 박아 절충가능성은 별로 없다.

따라서 16일 원구성도 보장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자민련의 요즘 행태를 보면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과거 정치현안을 놓고 제1야당이 반발해 원구성이 늦춰진 경우는 있지만 비교섭단체의 "횡포"로 회의가 진행되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어느당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17석의 위력을 자민련은 십분 활용하고 있다.

현재의 의석구도로는 자민련이 손을 들어주는 편이 언제나 승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자민련은 국회의장 경선에서 한차례 그 위세를 입증했다.

문제는 자민련이 명분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정수의 6.2%를 가진 자민련이 전체 상임위원장(16명)의 12%에 해당하는 2석을 요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상식밖이다.

DJP 공조복원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이는 여권 내부문제이지 국회파행의 명분은 될 수 없다.

게다가 이미 자민련은 국무총리와 국회부의장을 차지하는 등 충분한 "영화"를 누리고 있다.

자민련은 또 원구성을 고리로 삼아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국회법개정안 처리카드로도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이 또한 문제다.

원구성문제는 "캐스팅보트"와는 무관하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 즉 국회의석수대로 배분하면 되는 것이지 흥정할 사안이 아님은 분명하다.

자민련은 "자리 챙기기"에 급급할게 아니라 총선패배의 교훈을 되새겨봐야 할 때이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