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8일 일본 도쿄에서 미국 일본 정상과 연쇄회담을 갖고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한 미 일 3각 공조를 공고히 했다.

이들 3국 정상들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가 동북아시아지역은 물론 세계의 새로운 질서와 역동성을 모색에 하는 계기가 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김 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조문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래서 회담 시간이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와는 20분,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15분에 불과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을 5일 앞둔 시점이어서 그 어느때보다 의미있는 회담이었다.

따라서 이날 회담은 내용보다는 만남 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적 `사건"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가까운 우방이면서도 북핵문제 대처 등을 둘러싸고 입장이 다소 얽혀 있는 미국 일본으로부터 우리측 입장에 대한 완전한 지지를 얻어내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도쿄를 찾은 80여개국 조문사절 가운데 한.일,한.미,미.일 정상간의 3차례 회담만 이뤄졌다는 사실에서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미.일 양국의 관심 정도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우선 김 대통령은 이날 도쿄 도착 즉시 고 오부치 총리의 장례위원장인 모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조문사절로서 조의를 표시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21세기 한.일간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김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 자체가 한.일 공조 강화에 대한 김 대통령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열흘도 안돼 다시 갖게 된 이날 회담은 대내외적인 공조 과시의 성격을 띠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일본측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북.일 수교의 촉매제로 활용한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이날 회담에서도 김 대통령의 방북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이같은 의지를 전달해 줄 것을 재차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은 방문국인 일본 정상과의 회담과는 달리 여러 의미를 지닌다는게 외교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먼저 이날 한미정상회담은 미국 정부가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해 확고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됐던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한.미간의 이견설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문제 등 미국의 관심사항 등이 구체적으로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이는 실무 차원에서 이미 의견조율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청와대측은 설명했다.

황원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브리핑을 통해 "최근 로마에서 열린 북.미 협상결과가 상당히 진전된 것도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에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당시 회담에서 핵.미사일 등의 문제에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해 미국측이 북.미 협상을 통해서도 자신들의견해를 전달했음을 시사했다.

결국 이날 한.미.일 3국간 연쇄회담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이 한반도는 물론,북.미, 북.일 관계 개선 등 동북아 정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데 공감대를이뤘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청와대측은 설명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