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31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총재로 재선출됨에 따라 친정체제 구축에 성공했을뿐 아니라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굳히게 됐다.

이에따라 이 총재는 앞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워 정국주도권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지난 "2.18 공천"에 이어 한나라당을 이 총재의 친정체제로 구축하는 완결판이라 할만하다.

낙천을 통해 김윤환 이기택 민국당 최고위원 등 잠재적 위협이 되던 비주류 중진들을 당에서 몰아낸데다 남아 있는 비주류 중진인 김덕룡 강삼재 의원 등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총재에 재선출됐기 때문이다.

대선이 있게될 오는 2002년까지 총재직을 맡게 돼 차기 대권주자로서 ''대세론''도 더욱 부각시킬 수 있게 됐다.

이 총재는 원내총무 경선에 측근인 정창화 정책위의장을 출마토록 한데다 사무총장은 고교.대학 후배인 김기배 유흥수 의원중 임명, 주요 당직을 측근들 위주로 재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책위의장 등 일부 당직은 비주류측에 할애, 당의 화합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가 총재 경선에서 떨어진 강삼재 의원을 부총재에 임명한게 이를 말해 준다.

한 핵심측근은 "이 총재가 당 쇄신과 정국 주도에 적극 나서 2002년까지 당을 수권정당으로 끌고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 친정체제 구축 이후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준비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대여공세를 강도 높게 전개, 정국 주도권 탈환에 나설 전망이다.

민주당과 자민련간의 공조복원 등 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에 따른 "한나라당 포위작전"에서 벗어나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를 대선까지 끌고 가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이한동 총리서리에 대한 강도 높은 인사청문회를 관철시키고 원구성 협상에서 자민련을 배제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그러나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 총재와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감안할 때 대여공세 일변도보다는 적절한 완급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장 오는 12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에 초당적으로 협조키로 한 만큼 사안별로 여야 대화국면을 조성하리라는 분석이다.

총재 경선에서 나타난 불공정 경선 논란도 이 총재의 앞길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삼재 김덕룡 손학규 후보 등은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정권 창출에 협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과열경선의 후유증을 조기에 수습하는 과제가 수월치만은 않은 것으로 분석된 때문이다.

이 총재와 대립축을 구축해온 박근혜 강재섭 의원 등이 선출직 부총재에 나서 끊임없이 이 총재에게 도전할 가능성도 높다.

이 총재로선 이제부터 공천파동이후 빚어진 지도력.포용력 논란을 극복하고 정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할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