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간의 29일 서울 정상회담은 두 나라의 경제협력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양국간 빈틈없는 대북공조를 재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 교류확대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간 투자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기반을 갖추기 위한 투자협정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체결키로 했다.

이와 관련,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내달부터 협상에 들어가 올하반기중에 투자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무역불균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일 양국간 실질적인 경제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선 무역의 확대균형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투자확대와 양국간 산업기술협력 등을 촉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나라간의 무역불균형 문제를 교역확대라는 ''큰 틀''속에서 조정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체육 등의 교류 기반도 다졌다.

양국 정상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감안해 한국과 일본간 항공노선을 증편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양국 국민들이 불편없이 상대국을 왕래할 수 있을 만큼 항공노선을 늘린다"는게 김 대통령의 설명이다.

김 대통령은 이와함께 모리 총리에게 올 상반기중에 제3단계 일본 대중문화 개방조치를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 대북공조 =양국 정상이 대북공조의 의지를 확인한 것도 회담의 큰 성과다.

김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선 한국과 미국 일본 3각 공조체제의 틀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측의 확고한 지원을 요청했다.

모리 총리는 이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황원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양국 정상은 일.북 관계의 발전이 남북한 관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또 남북한의 관계발전이 일.북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은 또 이번 회담에서 김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간에 마련된 한일 양국간 우호협력관계를 지속해 나간다는데도 합의했다.

김 대통령은 집권 이후 그 어느때보다 한일관계가 진전됐던 것은 오부치 전 총리의 대한(對韓)정책노선이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모리 총리는 취임초 이를 계승한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번 정상회담은 모리 총리 정부에서도 오부치 전 총리 때와 같은 양국관계가 지속된다는 것을 공식화한 의미가 있다.

<> 국제사회협력 =오는 7월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과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유럽정상회담(ASEM)에서 두 나라가 적극 협력키로 한 것도 정상회담의 성과로 꼽힌다.

김 대통령은 내달 8일 도쿄에서 열리는 오부치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한다.

이는 두나라 정상간의 빈번한 교류를 통해 양국간 파트너십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김 대통령은 재일한국인 지방참정권 문제의 연내 해결을 요구했고 모리 총리는 "앞으로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