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이헌재 재경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최근 경제정책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면서 독설을 쏟아부었다.

특히 이 의장은 "실패한 관료", "할말 못할 말도 가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등 감정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억울하다"고 항변, 극도로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의장은 "재경부의 정책을 불신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해졌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도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으며 나 자신도 정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안믿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실패한 관료가 다른 부처나 여당, 국민, 국회를 대하는 것을 보면 관료주의적인 행태가 여전하다"며 "당정회의가 한참 전에 잡혀있었는데 어제 저녁에서야 자료를 팩스로 보내 의원들에게 일독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자료 내용도 일반적인 보고자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당신들은 우수한 관료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시장은 당신들을 믿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의장은 공적자금 문제와 관련, "정부는 64조원 이외에 추가로 투입한 26조원의 경우 공적자금 조성에 대한 국회 동의를 받기 전에 썼다고 주장했지만 98년 이후에 투입한 것도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물어보니 재경부 자료는 안믿는다고 말했으며 최근 은행 관계자로부터 많은 부실채권을 숨겨 놓았다는 고백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정부는 자발적인 은행 합병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합병을 해야 한다고 말해 혼란만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들의 합병문제조차도 제대로 말을 못했다"고 몰아세웠다.

특히 정부가 은행이 합병만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환상을 심어줬다며 "합병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느냐. 90조원을 넣고도 구조개선 효과가 없지 않느냐"고 공격했다.

또 "할 얘기와 안 할 얘기를 나눠서 해라. 관계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고 간담회에서 나눌 말이 있지 아무 데서나 얘기하나.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관료들이 비난을 피하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으며 책임지려 하는 관료가 아무도 없다고 질타했다.

이 의장은 "당을 통과 기관으로만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되고 내가 의장으로 있는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의장은 이밖에 "대통령께 보고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빨리 모든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장관은 이 의장으로부터 맹공을 당하자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공적자금 문제는 선거 때 너무 깊게 논의돼 버리는 바람이 이를 진화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은근히 정치권에 책임을 돌렸다.

선거에서 정치권이 이를 악용했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의장의 이날 발언은 앞으로 당이 적극적으로 경제정책의 수립 집행과정을 감시할 것이며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