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18일 5차 준비접촉에서 실무절차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정상회담을 위한 기본틀이 마련됐다.

여러 쟁점에도 불구하고 남북 양측이 막판까지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견지한 결과였다.

그러나 정상회담까지는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다.

합의서 타결후 박재규 통일부 장관이 "전체 준비의 3분의 1이 끝났다"고 말한게 이를 말해 준다.

<> 합의서에 뭘 담았나 =이날 타결된 실무절차 합의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담 형식과 의제다.

회담형식과 관련, 양측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회담 주체를 명시했다.

이로써 김 위원장과는 상봉만 할뿐 회담은 다른 인사와 할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를 털어냈다.

회담횟수를 "최소 2~3차례 이상"으로 정한 것은 남북 정상간 단순한 만남의 차원을 넘어서 현안을 깊이 논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의제를 포괄적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분단후 첫 만남인 만큼 서로 할 말을 최대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때문에 남측이 주장한 베를린선언 내용(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과 북측이 제기한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 재확인"이 모두 의제에 포함됐다.

<> 94년 합의서와 다른 점은 =우선 의제가 명시된 점이다.

김 대통령이 남한 비행기로 평양에 갈 수 있게 된 점도 변화된 내용이다.

남북간에 육.해.공로가 모두 열리게 된 것이다.

김 대통령의 방북기간중 기존의 서울-평양간 직통전화 외에 위성통신망을 운영키로 한 것도 초유의 일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빈틈이 없도록 국가지도통신망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남측 인원과 장비로 직접 촬영.제작한 실황방송을 북측의 협조를 얻어 위성중계키로 한 점도 주목된다.

이로써 남북한 방송협력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전망이다.

TV 생중계를 위한 위성방송용 장비인 SNG 반입문제는 추후 계속 협의키로 했다.

다만 북측의 끈질긴 요구로 취재기자단 수를 94년(80명)에 비해 훨씬 적은 50명으로 제한한 점은 옥의 티다.

<> 남은 일정과 과제는 =오는 31일 평양으로 미리 떠날 선발대의 명단을 27일 북측에 통보해야 한다.

선발대는 사전답사와 경호.의전 등 실무자 접촉을 겸하기 때문에 정상회담 준비과정의 실질적인 주역인 셈.

이들은 회담장, 숙소 등을 직접 둘러보고 북측관계자와 통신.보도 및 경호.의전에 관한 실무접촉을 통해 세부적인 사안을 확정한다.

판문점에서의 실무자 접촉에서는 기본원칙에만 합의한 상태여서 할 일이 많다.

이 과정에서 선발대는 서울과의 협의가 필요하면 판문점을 통해 왕래할 수도 있다.

위성생중계용 방송장비인 SNG 반입문제를 둘러싼 줄다리기도 예상된다.

또 포괄적으로 설정된 의제를 구체화하는 역할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2일에는 북측이 김대중 대통령 일행의 평양 체류일정을 남측에 통보하게 돼있다.

이어 1백여명의 대표단 명단이 다음달 5일 북측에 통보되고 남측은 9일 북측 홍성남 총리 명의의 신변안전보장각서를 받게 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