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는 한마디로 ''성실한 정치인''으로 평가 받아온 인물이다.

평소 스스럼없이 전화를 걸어 의견을 듣는다 해서 ''부치폰''이란 유행어를 남긴 오부치는 서민풍의 친근한 인상으로, 금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재선을 노렸으나 병을 만나 꿈을 접었다.

오부치 전총리는 와세다대를 졸업한후 지난 63년 중의원에 당선됐으며 79년 오히라 마사요시 내각에서 총무청장관으로 첫 입각했다.

이후 관방장관, 자민당 간사장, 부총리, 외상 등 정부와 당내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총리등 거물들과 격전을 치르면서도 12기 연속 의원배지를 달았다.

지난 98년 7월 총리에 취임해 ''일본발 세계공황''의 우려가 일었던 금융불안을 잠재우고 경제회생의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10월 2차내각을 발족한 후에도 18조엔의 경제회생 신정책을 내놓는 등 경제회생 마무리 작업에 정성을 쏟았다.

국내정치에서도 대변화를 꾀했다.

보수 본류의 자유당과 손을 잡은데 이어 공명당까지 끌어들여 ''보수대연합''을 구축하는 정치력을 보였다.

한국과 과거사를 매듭지었고 미국과의 동맹도 강화했다.

중국엔 문서화된 과거사 사죄를 거부하는 등 강골의 면도도 지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독자적 제재조치를 취했고 10억달러 규모의 대북경수로 분담금 협정도 승인했다.

역대 일본의 어느 정권보다 북한에 강력한 ''압력의 끈''을 가졌다.

지난해 1월엔 신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관련법, 국기.국가법 등 일본의 오랜 현안들도 해결했다.

일본 정부는 곧 장례절차를 확정할 예정이며 지역구(군마3구)는 차녀인 유코(26)가 물려받을 것이 확실시 된다.

신동열 기자 shin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