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원구성과 여야 각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수(選數) 파괴" 조짐이 일고 있다.

국회 의장단 및 당 총재단 자리를 최다선 의원들이 차지해온 관례에 소장파 의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야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일각에서 최근 5선인 민주당 조순형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추대할 움직임을 보이는게 그 예다.

또 지난주에는 5선인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이 의장 경선 출마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8선인 민주당 이만섭 당선자를 비롯 6선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과 한나라당 김영구 박관용 의원 등도 이 자리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선수파괴 바람을 타고 의외의 결과가 나올수도 있다.

여야 각 당에서는 최고위원이나 부총재급에 소장파 의원들을 내보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9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개혁 세력이 중심이 돼 재선의 정동영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 의원과 정동채 의원, 김한길 당선자를 중심으로 초.재선 그룹이 결집하면 7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중 적어도 1명은 소장파를 대표하는 인사가 맡을 수 있다는게 이들의 판단이다.

한나라당 "희망연대"도 부총재 경선에서 지지할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다.

개혁적인 인사가 당 운영 과정에 참여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청렴성과 의정활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재선의 김문수 의원 등을 부총재로 지지하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경선 과정에서 소장파들이 얼마나 큰 힘을 보여줄 지는 불투명하다.

당내 견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중진들 사이에서는 초.재선 의원들이 지나치게 목소리를 높여 분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 김옥두 사무총장은 "경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선수를 무작정 파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야를 초월해 소장파가 단합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조순형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추대하는 것에 동조하는 한나라당 의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당론에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