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간 여야 영수회담은 4.13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상적인 여야관계 복원과 상생정치로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하고 금융실명제법 등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한 것은 야권이 국민생활과 관련된 법안에 대해선 흔쾌히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김 대통령은 1년1개월만에 이뤄진 영수회담을 통해 여소야대라는 어려운 정치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내는데 일단 성공했다.

김 대통령으로선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만이 개혁을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인권법 통신비밀보호법 금융실명제법 부패방지관련법 등 개혁입법 처리에 대해 이 총재의 동의를 얻어낸 것은 김 대통령의 큰 수확이다.

김 대통령으로선 남북문제에 관한 초당적 협력을 확보한 것도 성과중의 하나다.

회담에서 두 사람이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에 공감함으로써,남북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불필요한 잡음과 논쟁의 소지를 줄였다.

김 대통령은 현정부가 무게를 두고 추진중인 중소기업의 육성, 농어민과 봉급생활자의 권익향상, 효율적인 실업대책, 국가채무감축,금융산업의 진흥에 대해서도 이 총재의 동의를 얻어냈다.

두 사람은 합의문의 서문에서 "21세기 세계사적 전환기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민대통합과 여야 협력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기존의 정국운영 스타일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당내 입지를 확고히 하고 국민들에게 "대선" 행보를 가속화하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주는 가시적 성과를 얻었다.

"차가운 정치인"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불식하고 포용력을 갖춘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또한 내달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주류 등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의 이미지를 대의원들에게 부각시킨 효과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회동은 지난 2년간의 지루했던 정치를 훌훌털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이 크게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여야 영수회담의 해빙무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당장 제16대 국회 원구성을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가 시작되면 언제든지 경색정국으로 돌변할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대북문제에 대한 두 사람의 시각차이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대북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반해 이 총재는 "남북상호존중의 원칙을 지키고 대북지원때 국회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전까지는 여야 공조가 어느정도 이뤄지겠지만,사안에 따라선 언제든지 첨예한 대립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정계개편과 금.관권 선거, 병역비리및 선거사범 수사문제도 향후 여야관계를 원점으로 돌려 놓을 "잠재된 변수"들이다.

김 대통령이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없다"고 천명했으나 향후 정국 전개상황에 따라 크고 작은 "의원이동" 회오리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야가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패일 여지는 언제든지 있다.

화해무드의 지속과 관련,정치권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을 계기로 최소한 남북정상회담 전까지는 여야가 경쟁 속에서 협력할 것"이라는게 공통된 시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야간 화해기류가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