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실장 덕분에 총선기간중 민주당과의 정책대결에서 시종 우위를 점할수 있었습니다. 우리 당에서는 보배 같은 인물입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실장에 대한 이원창 총재특보의 평가다.

이 실장이 국가채무 규모 및 국부유출 문제를 제기, 공천파동 이후 하락세를 보였던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회복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게 이 특보의 설명이다.

반대로 여권의 입장에 보면 최대 치적으로 생각해온 경제개혁의 허점과 오류를 이슈화시킨 이 실장이 "눈엣가시" 격이다.

"대표적인 재벌옹호론자" "도덕불감증 환자" 등 이 실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비난 성명이 하루에도 몇차례씩 쏟아진게 이를 말해 준다.

그러나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 이 실장은 자신이 정치인이 된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막상 정치판에 뛰어 들었지만 제 성격하고는 맞지 않는것 같습니다"라고 털어 놓는 이 실장은 자신을 "연구하는 학자스타일"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말 15년간 재직했던 대우경제연구소 대표직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교수(단국대)의 길로 나서려 했다.

하지만 "당 경제브레인 역할을 맡아 달라"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권유를 수락, 결국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밝힌 "연내 재벌개혁 완수지침"에 대해 "지금 정부는 기업이 할 일을 대신 하려고 한다"며 정부의 관치경제 행태를 꼬집었다.

또 "외환위기의 책임을 재벌에 뒤집어 씌우는 것은 건설현장을 우연히 지나다 머리를 다친 사람에게 왜 "헬멧을 쓰지 않았느냐"고 나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재벌의 외환위기 책임론에 거부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기업환경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약한 재벌과 중소기업들이 차례로 무너졌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부채비율 2백% 등 수치상의 재벌개혁을 고집하다 기업이 도산하면 실업문제는 누가 해소할 거냐"고 반문한 그는 "앞으로 의정활동을 통해 여당과 선의의 정책대결을 소신있게 펼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병일 기자 kbi@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