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6대 총선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이른바 386 세대 등 정치 신인들이 대거 원내에 진출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정치권 물갈이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이 그대로 반영된 탓이다.

총선에 출마한 15대 의원의 41%인 86명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1백6명의 정치 신인이 이들을 대신했다.

막강한 "초선 계보"가 생길만 한 숫자다.

특히 30,40대 당선자가 무려 73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정치권 변화의 단초가 제공된 셈이다.

유권자는 기성 정치인을 몰아내면서 신진에게 새정치 구현이란 과제를 부여했다.

이들에 거는 국민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

이에 부응하듯 젊은 정치인의 기세가 매섭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여야 386세대간 홈페이지를 연결하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동입법과 공동토론을 벌이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 이종걸 장성민 송영길 임종석씨 등은 최근 잇따라 모임을 갖고 "탈 계보" 등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된 활동을 다짐했다.

한나라당내에서는 김부겸 심재철 오세훈 이성헌 원희룡씨 등을 중심으로 1인 보스정치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 내에서는 스스로 "성골"(이회창 계보)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개혁성향이 강한 여야 의원들의 전열 정비작업도 한창이다.

민주당의 열린정치포럼과 녹색연대 21,젊은한국 등이 세규합에 나섰다.

한나라당의 푸른정치 젊은연대,미래연대,민주개혁 정치모임 등도 구태 극복과 새정치 실현을 위한 활동계획을 수립중이다.

여야를 초월한 정치구심체를 지향하는 "한국의 미래 제3의 힘"도 주목받는 단체다.

이들은 한결같이 <>의정활동과 정치행태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초당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당론을 따르지 않고 개인 소신에 따른 크로스보팅(교차투표)을 주장하는 등 "항명성" 아이디어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시도가 얼마나 성공할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이들의 활동이 정치권의 변혁을 촉발할 것이라는 희망적 분석의 근거로는 15대 때와는 다른 시대상황이 꼽힌다.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로서 공천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일선에서 물러났고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교섭단체 구성에도 실패했다.

신진인사의 영향력 확대를 가로막은 가장 큰 장벽인 "3김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위주의 공천관행이 정착됐고 유권자 혁명으로 불릴 만큼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지지를 얻었다는 점도 보스의 눈치를 덜 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16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386들이 줄서기를 하는 등 구태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도 기성 정치권에 편입되는 순간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념적 통일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도 문제다.

30,40대 당선자 가운데 개혁성향의 인사가 많긴 하지만 관료,전문가 그룹 등 색깔은 천차만별이다.

세대가 비슷하다는 이유 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구심점이 필요하다.

이래야 당내 민주화 등 민감함 문제에서 "어른"들의 등살에 밀리지 않고 소신을 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대 국회는 21세기를 여는 첫 국회인데다 3김 이후 정치문화를 정립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신인들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들은 정당과 계파의 철옹성을 뛰어넘어 이들이 개혁적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