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6대 총선에서 승리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의 치열한 1당경쟁에서 민주당을 따돌리고 원내 다수당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

민심의 객관적인 척도가 되는 수도권에서는 민주당이 낙승했다.

의석차에도 불구하고 양당이 무승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번 총선의 승패는 지난 15대와 마찬가지로 지역구도에서 결판났다.

한나라당은 호남에 비해 36석이 많은 영남권 석권을 통해 수도권의 열세를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부산 등을 중심으로 한 민국당 바람을 잠재우고 대구 경북 등 영남권을 사실상 "싹쓸이" 함으로써 1당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반면 민주당은 지역분할구도속에서 영호남의 의석차를 끝내 극복지 못하고 2당으로 만족해야 했다.

민주당 주 지지기반인 20,30대의 대거 투표불참으로 인한 사상 최저 투표율이 상당수 접전지역에서 석패한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민주당이 수도권의 대승과 함께 불모지였던 강원도와 충청권,제주에서 선전함으로써 일단 전국정당 도약을 위한 기틀을 마련한 것은 평가할만하다.

최대 승부처였던 수도권은 민주당의 낙승으로 막을 내렸다.

승리한 원동력은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변화요구"와 안정지향성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과 혐오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바꿔" 열풍으로 이어졌고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중진 정치인이 정치신인에 고전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역설적으로 승부는 "인물수혈"에서 갈렸다.

민주당은 수도권에 경제인 변호사 언론인 등 전문가 그룹으로 벨트를 형성하는 등 정치신인 발굴에 공을 들인 반면 한나라당은 개혁적인 인물을 대거 전진 배치하는 노력이 미흡했다.

민주당이 유권자의 변화요구에 부응한게 승인이라는 얘기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에 대한 신상공개가 큰 변수로 작용했다.

후보들의 과거 전력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당초의 "여당 대 야당의 대결구도"가 "인물대결"로 바뀌게 됐다는 점은 평가해야 할 대목이다.

여당의 안정론도 별로 먹혀들지 못했다.

여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IMF체제 이후 회복기에 있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민주당 논리도 한나라당의 ''견제론''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다.

막판에 돌발한 남북정상회담도 여당에 다소 호재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영남권의 ''위기의식''을 촉발시켜 한나라당의 영남권 싹쓸이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민련의 패인은 "JP(김종필 명예총재) 바람"이 미풍에 그쳤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민주당 이인제 선대위원장의 맞바람이 그만큼 거셌다는 의미다.

이재창 기자 leejc@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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