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6대 총선에서 힘겨운 판정승을 거뒀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의 치열한 1당경쟁에서 민주당을 따돌리고 1당자리를 지켜 외형상 승리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평가다.

전체의석에서 한나라당이 앞섰지만 민심의 객관적인 척도가 되는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대승했고 영호남의 35석 의석차에도 불구하고 전체의석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의 성패는 지난 15대와 마찬가지로 지역구도에서 결판났다.

한나라당이 영남권,민주당이 호남권을 석권하는 지역분할구도속에서 민주당은 수도권 선전에도 불구하고 영호남의 의석차인 36석을 극복하지는 못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영남권 석권을 토대로 힘겹게 1당자리를 지켰다.

수도권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했다.

승인은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변화요구"와 안정지향성에서 찾아야할 것 같다.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과 혐오가 기존정치권에 대한 "바꿔"열풍으로 이어졌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중진 정치인이 정치신인에 시종 고전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역설적으로 수도권승부는 "인물수혈"에서 갈렸다.

민주당은 수도권에 변호사 경제인 언론인등 전문가 그룹으로 벨트를 형성할 정도로 정치신인 발굴에 공을 들인 반면 한나라당은 개혁적인 인물을 대거 전진 배치하는데 실패했다.

민주당이 유권자의 변화요구에 적절히 부응한게 가장 큰 승인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후보에 대한 신상공개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후보들의 과거 전력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당초의 "여당 대 야당의 대결구도"가 "인물대결"로 바뀌게 돼 인물본위의 선거가 이뤄지게 됐고 결국 여당에 표가 몰린 것이다.

여당의 안정론이 먹힌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여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IMF이후 회복기에 있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여당 논리가 야당의 견제론을 압도한 것이다.

아직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경제상황에 대한 유권자의 우려가 안정론을 표방한 여당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역으로 한나라당은 안정론이 먹히면서 수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막판에 돌발한 남북정상회담도 여당에게는 상당한 호재로 작용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자체 보다는 야당의 막판 바람몰이가 봉쇄된 게 부동표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아울러 남북정상회담은 386세대 후보의 "색깔론"시비를 희석시켰고 이후 이들의 상승세가 뚜렷해진 게 사실이다.

자민련의 패인은 "JP(김종필 명예총재) 바람"이 미풍에 그친 것을 꼽을 수 있다.

역설적으로 민주당 이인제 선대위원장의 맞바람이 그만큼 거셌다는 의미다.

실제 김 명예총재의 바람은 충남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대체로 "미풍"에 그쳤다.

여기에는 충청권을 석권했던 지난 15대와는 변화된 선거환경이 작용했다.

즉 15대 선거시는 김 명예총재가 김영삼 전대통령으로부터 팽을 당한데 따른 충청권의 반발심리가 녹색바람으로 이어졌지만 이번은 공동여당의 한 축을 형성했던 자민련이 스스로 여당의 길을 포기했다.

자민련의 바람몰이에는 애당초 한계가 노정돼있었던 셈이다.

민국당은 "급조정당"의 한계를 극복치 못하고 참패했다.

수도권에서는 정체성 문제로,부산 등 영남권에서는 지역정서가 극복하기 버거운 쟁애물이었다.

이재창 기자 leejc@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