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한 정상회담이 분단 이후 55년만에 처음으로 오는 6월 평양에서 열린다.

박재규 통일부장관과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은 10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에 따라 오는 6월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을 방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키로 북한측과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남북한이 정상회담에 합의한 것은 지난 94년 이후 두번째이나 당시에는 김일성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정상회담이 무산돼 실제 회담이 성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통일장관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남북한은 역사적인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어 "지난달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남북 당국간 첫 접촉을 가졌으며 그후 수차례의 비공개 협의를 가진 결과 이달 8일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북한의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간에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고 협상경위를 설명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특사로서 그동안 북한측과 협상해온 박문화장관은 "지난 7일 북한측이 "베이징에서 만나자"고 연락해와 다음날 8일 오후 4시부터 송호경 부위원장과 회담을 시작한지 3시간 25분만에 양측이 최종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남북한 쌍방은 절차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3~4명씩의 실무대표팀을 구성, 이달중 준비접촉을 갖는다.

박 통일장관은 "분단후 처음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간 협력 및 민족의 장래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대결의 냉전질서를 종식시키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나가는 출발점이 될"이라고 기대했다.

박 장관은 이어 "정부는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음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혀 왔고 기존 채널과 여러 경로를 통해 당국간 대화를 강조해 왔다"며 "정부는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와 관련, 박 문화장관은 "앞으로 준비회담 과정에서 의제와 절차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한 인도주의적 문제와 경제협력 문제 등에 관한 폭넓은 의견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어 "북한측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구체적인 지원요구 등 전제조건을 달지는 않았으며 6월 정상회담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은 두 정상이 만나서 논의할 사항으로 남겨 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측 협상대표인 송호경 부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임을 받는 분으로 이번 회담을 위한 공식 특사로 임명된 인물"이라며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는 양측의 견해가 합치돼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민족 발전과 번영,그리고 한반도의 희망을 약속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우리 민족이 걸어가는 길에 중대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를 비롯한 각 정부 부처는 이날부터 북한과의 협상 의제 및 일정 등에 대해 점검하는 등 본격적인 후속조치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부처간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ked.co.kr

[ 남북 합의서 전문 ]

남과 북은 역사적인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이 금년, 2000년 6월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을 방문한다.

평양 방문에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역사적인 상봉이 있게 되며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쌍방은 가까운 4월중에 잘차문제 협의를 위한 준비접촉을 갖기로 하였다.

상부의 뜻을 받들어 남측 문화관광부 장관 박지원
상부의 뜻을 받들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송호경

2000년 4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