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전국구 후보 결정을 둘러싸고 갈등에 휩싸여 "제2의 공천파문" 사태를 빚고 있다.

한나라당은 27일 여의도당사에서 이회창 총재 주재로 총재단회의를 열어 전국구 후보 공천문제를 논의했으나 이 총재의 전국구 공천안에 대해 당내 일부에서 심하게 반발,진통을 겪었다.

특히 지난 1월 입당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온 홍사덕 의원은 이날 전국구 공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출근하지 않았다.

홍 선대위원장은 측근들에게 사무실 철수까지도 지시,공천후유증이 심화되고 있다.

비주류 중진가운데 유일하게 계보를 유지하고 있는 김덕룡 부총재측도 공천결과에 반발,공천인책론 등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파문은 이 총재 측근이 당선안정권에 대거 포함된데다 지역구 공천에서 낙천된 인사들이 상당수 구제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직능대표와 당료출신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점도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총재가 제시한 공천안에는 당선안정권인 18번 이내에 서정화 이상희 박세환 조웅규 의원 등 지역구 낙천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총재측근으로는 신영균 특보,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이한구 선대위 정책위원장 등이 공천을 받았다.

더우기 한인옥 여사와 친밀한 관계인 김정숙 의원이 당선안정권에 포함,전국구로만 3선을 바라보게 됐다.

강창성 부총재는 이기택 고문의 탈당이후 계보인 민주동우회 인사들의 추가 탈당을 막은 공로로 상위순번에 내정됐다.

외부인사로는 김낙기 전 한국노총 부위원장과 이연숙 전 정무2장관이 당선안정권에 배치됐고 여성계로는 전재희 전 광명시장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공천심사위에 참여한 인사여서 "외부인사를 공천심사위에 배치해 개혁공천을 했다"는 이 총재측의 기존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홍사덕 선대위원장이 추천한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김덕룡 부총재가 요청한 정진섭 부대변인,강재섭 의원이 내세운 이원형 부대변인등은 당선안정권에서 밀려났다.

장광근 선대위 대변인도 20번뒤로 밀려나는등 당료들이 대거 후순위로 밀려났다.

호남출신 인사와 장애인.문화계등 직능대표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 낙천자들이 대거 전국구로 공천돼 이 총재가 주장해온 "개혁공천"의 의미가 퇴색했을 뿐 아니라 비례대표의 기능마저 무색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당분간 여당측이 제기한 "돈공천" 의혹을 포함,적잖은 공천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태웅 기자 redael@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