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이 23일 오후 조선인민군 해군사령부 명의로 "5개섬 통항질서"를 공포하자 향후 남북관계 전반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특히 이번 사태가 4.13 총선을 앞두고 터져 나온 만큼 향후 정국과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이날 오후 북한측의 발표직후 박재규 통일부 장관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는 한편 향후 대책을 심도있게 논의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군 당국도 작전 관계관 회의를 긴급 소집, 북측의 저의를 파악하는 등 유사시 군사적 측면에서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관계당국은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등 남측이 화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같이 강경한 태도로 나선 것은 남한의 총선정국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도로 풀이했다.

또 북한이 지난해말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함포사격 및 고속정을 동원한 기동훈련을 강화한 것도 이런 강경 선언을 준비한 수순이라는 것이 군의 분석이다.

이와함께 북한의 이번 5개섬 통항질서 발표는 현재 진행중인 북.미협상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확보하기 위한 고도의 압박 전술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이번 사태를 통해 남한보다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북.미 협상에서 미국에 대한 압력 카드로 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북한이 이날 공포문에서 "미군측이 북방한계선의 묵시적인 인정이요, 고수요 하는 것은 우리가 선포한 서해상 군사분계선의 당위성과 그 공명정대성으로 하여 더는 어쩔 수 없는 처지에서 벗어나 보려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주장한 것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밖에 북한이 다가오는 꽃게잡이 철을 맞아 남한측으로 부터 어장확보를 노려보자는 측면도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종합할때 북한의 이번 선언은 현재 우리측 관할하에 있는 백령도등 5개섬과 NLL 등을 둘러싼 관할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재부각시키는 한편 4.13총선 정국에영향력을 끼치고 대미협상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서해교전 사태 주요일지 ]

<> 99.6.15 =유엔사.북한군 판문점 장성급 회담(북측은 서해교전 해역이 북측영해라는 전제 아래 남측 해군이 먼저 침범했다고 주장)

<> 99.9.2 =북한군 총참모부 특별보도로 NLL 무효화 선언

<> 99.9.10 =북한 노동당 등 23개 정당.단체 공동성명 발표(한.미에 북측이 선포한 분계선을 침범할 경우 "자위권 총동원해 타격하겠다"고 위협)

<> 2000.3.2 =북한 해군사령부 대변인 담화 발표(NLL을 "유령선"이라며 북한이 선포한 해상 군사분계선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

<> 2000.3.23 =북한 해군사령부 중대보도(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관련 후속조치로 "5개섬 통항질서" 공포)

윤성민기자 smyo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