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오랜만입니다"

1년여전에 한번 인사를 나눴던 상장 기업의 홍보담당 관계자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다급한 목소리다.

전화선을 타고 전해진 얘기는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주가관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요즘은 하루에도 여러차례 이런 류의 전화를 받는다.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상장 기업들이 엮어내는 "단막극"의 풍경은 몇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자사주 매입,자사주 소각,인터넷 및 정보통신사업 진출 발표 등 각종 합법적인 주가관리성 재료를 뿌려대는 것이 고정메뉴다.

의원지망자들이 유권자의 환심을 얻으려는 4.13 총선 열기에 뒤지지 않는다.

이 다리 저 다리 거쳐 홍보활동에 나서려는 상장사들이 봇물을 이룬다.

길거리로 나서 악수세례를 퍼붓는 총선후보의 선거전과 다를 바 없다.

언론에 한줄이라도 홍보내용을 반영시키려는 노력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상장사들이 홍보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꼭 주총 때문만은 아닌 것같다.

코스닥시장이 충격을 준데 대한 자기반성이 곁들여져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코스닥시장의 강세와 벤처열풍이 상장사들로 하여금 제모습을 되돌아 보게 했다.

코스닥기업의 주가는 활황을 보인 반면 상장사 주가는 철저히 따돌림을 당했다.

문제는 상장사들의 주가관리 노력이 총선 후보자들의 "선심성 선거공약"을 닮아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발등의 불인 주총이 끝나고 코스닥기업이 주는 자극도 줄어든다면 이런 노력이 지속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주총이 끝나고 주가가 조금 오른다고 해서 주주들이나 투자자들의 따가운 눈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주총장에서 선물이나 받아가는 주주들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그보다 상장사의 경영행태를 감시하고 주주중시 경영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소액주주 모임등의 활동이 대표적인 예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던지는 지지표는 바로 주가수준으로 나타나게 돼 있다.

선거판보다 더 냉혹한 게 주식시장이다.

주가수준은 주가관리를 잘 했는지 못 했는지,주가관리책이 얼마나 실현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성적표다.

증시라는 선거전에서 일회성.선심성 주가관리 공약을 가지고 달려들어선 안되는 이유다.

김홍열 증권1부 기자 come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