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직능단체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이들 단체의 중립성 문제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여야는 직능단체의 특성상 한꺼번에 수만~수십만표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이들 단체의 대표자 영입에 열을 올려왔다.

그러나 16일 박상희 중소기협중앙회장과 간부들이 현직을 유지한 채 대거 민주당에 입당하자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신종 관권선거"라고 공격했고 민주당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게 없다"고 맞서는 등 직능단체 영입이 총선의 새로운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 정치권 직능단체 영입 실태 =새천년 민주당은 최근 장태완 재향군인회장과 박인상 한국노총 위원장을 영입한데 이어 이날 박상희 회장과 이국노 전준식 신익철 서병문 부회장 등 중소기업인 3백70여명의 입당식을 가졌다.

박상희 회장은 당 직능위원장에 내정됐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황창주 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과 배석범 전민노총위원장 직무대행, 최용석 세계JC회장을 영입하는 등 직능단체 공략을 계속해 왔다.

특히 서영훈 대표가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농업단체, 독립유공자단체는 물론 불교종단협의회, 기독교총연합회 등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당내에서 직능 및 종교단체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야당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꺼리는 풍토로 직능단체 공략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지난 1월부터 전경련 한국공인회계사회 등 1백40개 직능단체와 정책간담회를 열어 총선공약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고 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직능단체 대표들에 대한 비공식 접촉도 강화해왔다.

특히 현 정부들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교사들과 한의사들을 겨냥,이들 직능단체에 대한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정지행 한방문화재단 대표를 부대변인으로 영입한게 그 예이다.

자민련은 지난 1월 이한동 총재의 입당 이후 직능단체들의 자민련행이 러시를 이뤘다.

지난달 전국 45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지체장애인협회(회장 장기철)를 영입했다.

또 자민련이 신보수노선을 걷기로 천명하자 육해공 6.25 참전동지회(회장 강낙희)를 비롯한 범민족운동단체 연합회, 한국독립운동가 유족회, 민족대표 33인 유족회 등 보수단체들의 입당식이 줄을 이었다.

이밖에 국민문화운동, 민족학회, 한국어머니온동단체연합회, 세계미술교류협회등 각종 문화단체와 한국태권도 무도인협의회등 체육 단체들도 자민련의 문을 두드렸다.

<> 정치 공방 =야당은 이날 박상희 회장이 현직을 가진채 입당한 점을 적극 공략했다.

한나라당은 박상희 회장의 민주당 입당을 "신종 관건선거"라 비난했다.

서청원 선대본부장은 "경제단체장 가운데 여당에 입당하고도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며 박 회장의 즉각적인 회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서 본부장은 "여당이 사회경제단체장들을 계속 영입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는 행위를 계속하면 국민들로부터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 이한동 총재도 이날 김포, 철원 지구당개편대회 연설을 통해 "박상희 회장의 민주당 입당은 현행법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불법선거실태를 대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재는 "민주당은 공천때는 시민단체를 동원하고 선거때는 이익단체를 끌어들이는 불법 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부영 선대본부장도 "정치활동이 보장된 노총의 위원장도 정당에 가입하기 위해선 위원장직을 사퇴하는게 상례인데 민주당이 중소기협중앙회장 등 이익단체의 대표들을 집단적으로 입당시키는 것은 부정선거를 획책하려는 시도"라면서 즉각 여야 선대본부장 회담을 열 것을 제의했다.

이에대해 민주당 정동영 대변인은 "현 야당은 친재벌정책을 써왔지만 민주당은 일관되게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해왔다"며 "재향군인회장 중소기협중앙회 임원의 입당은 법률과 해당 단체 규정에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한나라당이 황창주 회장과 남해화학 윤영호 사장의 사임을 요구한 것과 관련, "한농연과 남해화학은 특정 정당의 지지를 공식 선언한 적이 없고 선거법상 개인의 정당참여가 불가능한 단체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형배.정태웅.김남국 기자 khb@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