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3일 전직 대통령들과의 만찬에서 "지역감정의 골을 해소하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호적에서 "본적"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함에 따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호적제도 자체는 유지시키되 가족관계만 알 수 있도록 하고 그 집안이 어느 지역 출신인 지는 모르게 하자"는 뜻이다.

또 신생아의 경우 처음부터 부모의 본적 표시를 생략한 채 출생신고를 받아 출생지 만을 알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는 일단 법 개정을 포함해 본적지 표시를 삭제하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할 방침이다.

법원행정처 윤성원 법정심의관은 "호적의 기재사항에서 본적 표시를 삭제하거나 임시방편으로 등.초본 발급 때 본적란을 가리고 발부하는 방안은 관련 법 또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전국적으로 통일적 시행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호적부는 주민등록과 달리 전산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작업을 통해 발급되기 때문에 전국 호적의 본적 표시를 모두 삭제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와관련,호적상 "본적 삭제"가 현행법 개정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면서도 자칫 기본법인 민법(친족.상속편)의 토대가 되는 호적.호주제도의 근간을 흔들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여지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현실적으로 취업 진학 자격시험 때 본적지를 표시하도록 요구하는 관행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만큼 설사 호적에서 본적이 삭제된다 하더라도 실제 지역주의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유림 등 일부 계층의 반대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적이 없어지면 호적 관리가 혼란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거주지 중심으로 호적관리가 이뤄지다 보면 이사 때마다 주민등록과 호적을 함께 옮겨 다녀야 하기 때문에 자칫 "무적자"가 속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김광현 기자 kk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