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시민연대가 24일 공천 반대인사 명단을 발표, 여야 정치권에 일파만파
의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번 명단에 여야 중진 의원들은 물론 공동정권의 한 축인 자민련의 김종필
명예총재도 포함됨에 따라 대대적인 물갈이와 함께 정계개편의 빅뱅이 예고
되고 있어서이다.

이번에 발표된 66명은 전체 국회의원의 22%수준이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공천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권에 미칠
파괴력은 상상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민련의 경우는 사실상의 "오너"격인 김 명예총재를 비롯 김종호
박철언 한영수 부총재 등 당 지도부가 망라돼 충격속에 휩싸였다.

한나라당도 김명윤 김윤환 박관용 의원 등 중진 및 계파 보스가 대거
거명됐으며 민주당도 동교동계의 맏형격인 권노갑 고문과 박상천 총무 등
막강한 실세가 거론됐다.

이번 명단발표로 정치권의 물갈이가 급류를 타면서 정치개혁의 기폭제가 될
공산이 크다.

또 공천 등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던 중진들의 당내 입지는 크게 좁혀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일부 중진에 대한 정계은퇴 압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기성 정치의 벽을 실감하고 있던 청년세력
등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게 분명하다.

당내 권력지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낙천운동에 이어 낙선운동에도 큰 지지를 보낼 경우 세대교체의
바람은 회오리로 변해 이번 총선의 태풍의 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야는 일단 해당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시민단체가 객관적으로 선정했는지
자체적인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야 지도부는 이미 시민단체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게다가 개혁 요구를 철저히 외면해 온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혐오가 극에 달해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가 선별적으로라도 명단을
공천과정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후유증도 예상된다.

우선 2여 공조에 균열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내각제 시비로 감정이 상해있는 자민련은 이번 명단 발표에
정치적 음모가 숨어있다며 검찰 수사를 의뢰할 정도로 격앙돼 있다.

총선을 앞두고 공동여당이 연합공천 문제 등 힘겨운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이런 돌발사태까지 터져 양당공조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처지다.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들 대부분은 시민단체가 자의적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명단 발표로 인해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같이 혼란 속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당내 계파간 갈등도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