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취임후 두번째로 단행된 1.13 개각은 한달여전 김종필 전
총리가 당 복귀를 선언, 예고된 사안이었다.

그러나 철저한 보안속에 개각이 추진된데다 막판까지 총선 출마 대상
장관들을 놓고 유임과 교체가 엇갈려 그 폭을 둘러싼 갖가지 추측이 난무
했었다.

<> 철저한 보안 =개각 전과정의 인사보안은 한광옥 비서실장의 "작품"
이었다.

임명 제청 절차를 밟은 뒤 교체 장관 및 신임 장관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
했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한 실장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개각 사실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개각 구도는 지난 12일 김 대통령과 한 실장간의
논의에서 결정됐다"면서 "이를 박 총리측과 다시 협의하고 철저한 보안 속에
동의안이 통과된 뒤 박총리의 제청 절차를 밟아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 총선 출마대상 장관의 선정시비 =인선 과정에서는 여권 핵심 관계자 및
청와대측과 각료들간 출마를 둘러싼 신경전도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됐다는
후문이다.

당초 여권은 정균환 총재특보와 한화갑 총장, 남궁진 정무수석 등이 직접
나서 경쟁력 있는 장관을 출마시키려 했었다.

이에따라 일찌감치 출마 또는 교체가 확정된 강봉균 재경, 김기재 행자
외에 진념 기획예산처, 남궁석 정보통신장관은 최종까지 여권의 집중적인
설득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각료들이 부처에 남기를 고집하자 청와대 일부
비서관들은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이 대통령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에맞서 출마를 권유받은 한 각료는 "명색이 장관인데 당에서 권유한다고
덥석 출마 결정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헌재 장관이 재경장관에 발탁된 배경에는 박태준 총리 등 자민련측의
강한 요구와 함께 김 대통령도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 금감위원장의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에 쉽게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제부처내에서 이 위원장 보다 선배인 진념 장관이 재경장관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으나 본인이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 쉽게 조율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 인선 과정에서 자민련의 입김 =이번 개각에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지분배정이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개각 결정 과정에서 자민련의 견해가 상당히 반영됐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자민련 몫인 정상천 해양수산장관 후임에 충남 공주 출신인 이항규
한국선급협회 회장이, 국무조정실장에 박 총리의 측근인 최재욱 전 환경부
장관이 임명된게 그 예라는 것이다.

김 대통령도 개각 발표에 앞서 13일 오후 한광옥 비서실장을 박 총리의
개인사무실로 보내 개각 내용을 사전 통보하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정치적 인물의 배제 =이번 개각의 또다른 특징은 개혁성과 전문성이
높이 평가 됐다는 점이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신임 각료들이 그 분야에서 전문가들이고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김 대통령이 21세기 전문가 시대에 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당에서 추천하거나 정치성이 있는 인물을 아예 고려대상에서 제외
했다.

개혁성도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특히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과 문용린 교육부장관,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은
개혁성이 높이 평가돼 발탁된 대표적 케이스.

이 외교통상부 장관의 경우 과거 북방정책을 할때 러시사 대사를 지냈고
그때부터 4강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