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하순봉 사무총장이 "특별당비"를 받느냐 마느냐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새 천년 새해벽두부터 "공천헌금"이 야당내 화두가 된 것이다.

이 총재는 "전국구 공천 대가로 특별당비를 받는 것은 헌법상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여당인 국민회의로부터 환영 논평까지 받았다.

그런데 하 총장은 "가능한 범위내에서 특별당비는 받아야 한다"며 이 총재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새 천년을 맞아 여야 모두는 "깨끗한 선거"를 표방하며 4.13총선을 "돈
안드는 공명선거"로 치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 다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나라당은 특별당비문제로 새해를 맞았다.

공당의 살림을 맡고 있는 사무총장이 당비를 거론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특별당비를 받아 당운영에 보태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진부하다.

이는 공천헌금을 받아 지역구에 살포하던 과거 수십년간의 병폐를 되풀이
하겠다는 뜻으로 밖에는 풀이되지 않는다.

21세기 첫 선거에도 "쩐국구"가 지속될까 걱정이다.

전국구 비례대표 후보의 "매관매직"우려가 야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마침 새천년 민주당이 선거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25일께 중앙당
후원회를 연다.

이 후원회가 공공연한 "공천헌금납부"행사장으로 전락된다면 그야말로 우리
정치 앞날은 무망해진다.

원래 전국구나 비례대표는 정치의 질을 높이고 의정활동을 내실화하기 위해
직업정치인들이 아닌 각계 직능대표와 전문가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근본취지다.

또 여야는 그동안 정치개혁입법 협상을 하면서 선거비용의 상당부분을
국가가 지원토록 하는 등 선거공영제를 대폭 강화했다.

분기별로 적지않은 국고보조금도 중앙선관위로부터 받고 있다.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만 확고하다면 공천헌금이나 거액의 후원금은
필요없을 것이다.

새 천년을 맞아 정치 지도자들은 공천헌금을 통한 매관매직이 범죄행위임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또 특별당비나 후원금 모금 등의 제공자와 제공내역을 밝히고 정당이 받은
돈의 쓰임새를 공개하는 "정치자금실명제"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억제되고 국민들의 감시체제가 확립된다.

특히 각 정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을 비례대표후보도 내세워야
한다.

과거처럼 "돈 냄새"나는 인물을 후보로 내세운다면 진정한 정치개혁은
백년하청이 될 것이다.

< 최명수 정치부 기자 ma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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