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동성동본 금혼조항을 문제삼아 민법 개정안의 처리를 16대 국회로
미루려 함에 따라 당초 민법에 담겨있던 상속 관련 조항의 개정까지 지연돼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 법사위가 의결한 민법 개정안은 부모의 상속재산이 채무보다 많은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신청하면 자녀들은 상속재산
을 초과하는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그러나 법사위가 동성동본 금혼 조항을 폐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야는
민법개정안의 본회의 의결을 16대 국회로 넘기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정승인 조항의 개정도 지연돼 이해 관계인들의 소송이
남발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들어 한정승인 문제와 관련, 한 달 평균 1천여건의 소송이 제기되는 등
많은 민원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법사위는 당초 상속 개시후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신청토록 한
민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영, 상속재산보다
부채가 더 많다는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민법이 올해안에 처리되지 않으면 기존 조항은 효력을 잃지만
새로운 조항이 마련되지 않아 법원에서 판결을 내릴 근거가 없어지는 등
법적 공백상태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이석연 변호사는 "대체로 금융기관들이 현행 법의 허점을 이용해
상속 개시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 채무사실을 상속인에게 통보해 채무를
갚도록 하고 있어 수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성동본 금혼처럼 신분제도와 관련된 문제 때문에 엉뚱하게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국회가 법처리를
늦춘 것은 국민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용섭 대법원 공보관도 "현행 법규정은 사문화되지만 새로운 법이 제정되지
않아 민법이 개정될 때까지 재판이 지연되는 등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