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9일 오전 10부터 64분간 청와대 관저 거실에서 홍성규
KBS 보도국장과 소설가 김주영씨, 신경정신과 의사 이나미(여)씨 등과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서 대담을 나누었다.

KBS측은 김대통령과의 대담 내용을 이날 밤 10시 30분부터 녹화로 방영했다.

노타이 차림의 김대통령은 대담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차분하고 솔직한
어조로 "옷로비 등에 대해서 국민이 답답해 하는 것처럼 나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정국현안이 잘 풀리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선 "답답한 측면도
있지만, 반성해야 할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대담자들이 "설명을 곁들인 질문"을 할때는 "그렇다"고 짤막
하게 대답하기도 했고, 소외계층을 돌보아야 한다는 말을 할때는 "온기가
윗목까지 가는 정책을 펴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현안별 김대통령의 발언 요지.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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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혹사건 처리 =요즘 불미한 사건으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TV에
나오는 것도 주저했다.

무엇보다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걱정을 드린점을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의혹사건을 투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겠다.

올해안에 의혹사건을 깨끗이 청산하고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사실 옷로비사건은 로비해서 신동아 총수의 구속을 면하고 재산을 보존
하려다가 실패한 것이다.

사법처리는 제대로 한 것이다.

그런데 장관부인들의 불건실한 태도, 검찰 고위직에 있는 분이 문서를
피의자측에 유출하고 이런 상식없는 일 때문에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모두 내 책임이다.

크고 작은 일로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한탄이 절로 나오고 이게 무슨 팔자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부인들이 청문회에 나와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느냐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 솔직히 안타깝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국민에게 면목도 없고 그런
심정이다.

<> 허위보고 여부 =대통령이 알아야 할 것은 알고 있고 언로는 완전히
개방돼 있다.

(옷사건의 경우) 큰 줄거리는 다 보고되었고 전부 내 승낙을 받고 실천한
것이다.

그러나 부인들이 날짜를 조작하고 이런 저런 거짓말 하는 것까지는 내가
알지 못했다.

<> 집권 2년의 회고 =각 분야에서 어느정도 성과가 있었다.

세계가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만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경제가 회복된 것은 사실이나 그 과정에서 희생됐던 서민들과 중산층들이
회복을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정부는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이다.

<> 강력한 정부 =정부가 단호하고 화끈하게 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과거
군사정권때 "화끈"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가.

인권이 유린되고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고 노동운동의 자유도 없고 부정선거
를 하고...

진정하고 강력한 정부란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질서를 지키는 정부이다.

<> 노사관계 =국제통화기금 체제를 극복하는 데는 노동자들이 임금삭감과
정리해고를 감수하고 협력해준 공이 크다.

그러나 기업이 도산해 버리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는 노도 좋고 사도 좋은 방법을 찾고 있다.

<> 남북관계 =올해는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전쟁의 위기가 감소되었고 교류가 시작되고 있다.

내년에는 기대 이상으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햇볕정책의 선의를 알기 시작했다.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에 자꾸 접촉하라고 권하고 있다.

<> 폭력시위 등 사회문제 =최근에 폭력시위가 있었는데 최대한 인내하면서
그들을 설득했다.

재작년 한해에 최루탄을 13만3천4백발이나 쐈다.

그런데 작년에는 3천발밖에 안쏘았고 올해는 한 발도 없었다.

그렇게 되니까 쇠파이프도 없고 화염병도 없게 됐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도 불법이나 폭력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런 경우 구속해서 수사하고 있다.

지금 강도 절도가 작년에 비해 15%가 줄어들었다.

검거율도 10% 늘어났다.

지금은 매일 2만명 3만명씩 시위하지만 하는 것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새천년 준비 =우리가 가지고 있던 좋지 않은 유산, 즉 지역감정이라든가
이기주의, 부정부패, 사치, 낭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의식 등은 이제
버려야 한다.

그리고 21세기에는 우리가 세계속에서 경쟁해 1등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좋은 유산은 가지고 가되 나쁜 유산은 버리고 가자.

<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