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치러진 안성시장 재선거와 화성군수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두 공동여당은 연합공천을 했지만 재보궐선거로서는 드물게 40%대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에서 각각 19.9%와 10.3%의 득표율 차이로 참패
하고 말았다.

이런 결과를 여권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편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합당밖엔 길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공천만 제대로 하면 별 문제가 없다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월요일 총리공관에서 만난 DJP는 합당의 합자도
꺼낸 적이 없다.

그런데 언론은 어느 "여권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어 총선 이전 합당을 기정
사실인 것처럼 대서특필하고 있다.

재야 출신 진보파인 김근태 국민회의 부총재까지도 "JP가 총재를 맡아도
좋을 것"이라고 하는 걸 보면 "2+알파" 여권신당이 뜨긴 뜰 모양이다.

신당 창당의 형식을 밟는 제2의 DJP연합이 내년 총선에서도 97년 대선에서와
같은 위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드러난 것처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정책공조는 매끄럽지도
생산적이지도 않았다.

이런 이질적인 두 정당이 한 지붕 아래 입주한다고 해서 옛날보다 더 화목
하게 지내리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그래도 굳이 하겠다면 말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가칭 "새 천년 민주신당"을 보면 "신당"인 건 분명한데 별로
민주적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새 천년"의 이미지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우선 "지역연합"으로 "저무는 천년"의 마지막 권력을 장악했던 두 사람의
노정치인이 더욱 강력한 "제2의 지역연합"을 만드는 것은 "새 천년"과
어울리지 않는다.

지도자들이 "결단"을 내리면 추종자들은 그대로 따르거나 당을 떠나야 하는
사태도 "새 천년"에 걸맞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회의는 "새 천년"까지는 아니라도 "새 백년" 또는 21세기의 첫 십년
정도는 충분히 책임질만한 인재를 여럿 보유한 정당인데도 그들의 능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예컨대 지난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이인제씨는 국민회의 당무위원직
말고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고 신당 창당 작업에서도 소외되어 있다.

지역주의와의 정면대결을 선언하면서 자신을 당선시켜 주었던 종로구를
버리고 정치적 고향 부산으로 내려간 노무현 의원은 중앙정치의 지도자들이
만드는 "제2의 DJP연합" 때문에 다시 한번 지역주의 역풍에 휘말리게 되었다.

40대를 중심으로 고학력 지식인 집단의 호감을 사는 김근태 의원은 이미지에
먹칠을 해가면서까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JP총재론"을 공론화하는 데
총대를 맸다.

언론의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매번 상위를 차지하는 이 "50대
트로이카"는 제각기 나름의 정치적 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고르게
적지 않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미래형 정치인이다.

국민회의가 새 천년에 대비하는 정당을 만든다면 이 세 사람이 그 중심에
서는 것이 자연스럽다.

국민들이 이들을 차기 대권주자로 꼽는 것은 결코 국민회의 소속이기 때문이
아니다.

만약 이 세 정치인이 힘을 합쳐 여권 신당 창당 작업을 주도한다면 자민련
과의 합당은 필요가 없을 것이고, 그 어떤 이름을 붙이든 국민들은 이 당이
낡은 지역당이 아니라 다음 세기로 가는 미래형 정당임을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3년 후 대통령 자리에 도전할 정치인들은 현실정치의 본류에서 밀려나 있고,
권력을 쥔 사람들은 버려도 아깝지 않을 낡은 지역연합에 새 단장을 입히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넉 달 앞으로 다가온 민의의 심판을 기다려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 시사평론가. 성공회대 겸임교수 denkmal@hite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