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위는 23일 내년도 예산심의를 위해 이틀째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언론대책문건" 및 "옷 로비"의혹 등으로 인한 정치공방이 계속돼
회의가 정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이날 오전 예결위가 개의되자마자 한나라당 이규택 권오을 이재오 의원은
잇따라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옷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종필 총리와 박주선
법무비서관 등이 출석해야 한다며 정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규택 의원은 "보도에 따르면 옷로비와 관련된 모든 것이 청와대와 연관돼
있다"고 말했고, 권오을 의원도 "사직동 내부문건을 볼 때 대통령이나 청와대
비서실장이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총리의 출석을 요구했다.

권 의원은 특히 "워터게이트 사건의 본질은 거짓말 했다는 것이지만, 그
보다는 사실에 대한 축소 은폐 조작이 더 핵심"이라며 "이번 사건이 국가
신뢰도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당의원들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국민회의 정희경 의원은 "어제 하루종일 옷 로비 공방으로 예결위가 고장
났고, 예결위원의 출석률도 저조한 상태에서 정치공방만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정부측 출석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느냐"고 맞받았다.

자민련 오장섭 의원도 "새천년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국민들의 뜻이 무엇
인지 의원들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사실 확인이 안된 상태에서
더이상 정치공방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철 위원장은 "예산심의가 급박한 만큼 이 문제는 3당 간사가 협의하고
회의는 계속 진행하자"고 설득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져
회의는 1시간여만에 정회됐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