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등 비서실내 핵심인사를 전격
교체키로 한 것은 중량감있는 인물을 내년 총선에 내보내 지역할거구도의
정치판을 개편해보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또 대통령의 개혁의지로 무장된 참모진이 현실정치에 참여해 개혁의 추진체
로 뛰게 해야 한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당초 청와대측은 이달중 부인이 옷로비 사건에 연루된 김정길 정무수석만을
교체한 뒤 김중권 비서실장 등은 올연말 또는 내년초에 정치에 참여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현 정국의 현안인 옷로비 의혹과 언론문건 등의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채 비서진을 개편했다가 새 진용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 대비, 개혁성이 강한 인사를 신당에 참여
시켜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 조기 개편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지난 19일 자민련 박태준 총재와의 주례회동에서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선 비서실의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박 총재의 "직언"도
김 대통령의 이런 결정에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대통령은 평소 마음에 두어온 이수성 전 총리에게 비서실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김 대통령은 이 전 총리가 학자 출신으로선 보기 드물게 정치와 행정 분야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점을 높이 샀다.

게다가 경북 칠곡 출신인 이 전총리가 동서화합을 위해서도 필요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수차례 만나 "설득과 고사"를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총리는 한사코 고사의 뜻을 굽히지 않다가 막판에 김 대통령의
뜻에 상당히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측은 이 전 총리의 영입 작업과 함께 김진현 문화일보 사장과 김종인
전 청와대경제수석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정간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 조승형 전 헌법재판관과 한광옥 국민회의
의원도 후임 비서실장으로 고려중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신임 정무수석에는 대여및 대야 관계가 무난하면서 배후 조정능력이 탁월한
정동채 국민회의 기획조정위원장이 유력한 가운데 남궁진 국민회의 총재권한
대행 비서실장, 정균환 총재특보단장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수석은 당 출신으로서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어 여야
관계를 원활히 풀어갈 수 있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임된 수석들중 김한길 정책기획수석은 내년 총선에 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나 황원탁 외교안보수석과 조규향 교육문화수석은 내년초에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