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5일 초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16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더이상 야당의 폭로정치에 끌려 다닐수 없다는 현실 인식의 표출이다.

"4.30 재보선 50억원 살포설" "도.감청 난무설"에 이어 한나라당이 또다시
"언론대책문건"을 놓고 대여 공세에 나서자 여권 내부에서는 이를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됐다.

특히 야당의 공세가 4일 열린 부산집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리듯한 수위까지 올라서자 "분노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대화정치를 주창해온 김 대통령이 여권 신당추진위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야당이 벌이는 극한투쟁은 바람직 하지않다"며 완곡하나마 이례적
으로 야당측을 비난한 것도 여권의 이같은 기류 변화에 상당한 촉매역할을
한듯하다.

사실 김 대통령이 여야총재회담을 제의한지 3일후인 지난달 25일 한나라당은
정형근 의원의 "언론대책문건" 폭로로 응수, 여권을 당황케했다.

여기다 한나라당이 부산집회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대통령을 향해 색깔론
을 제기하자 여권의 인내력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국민회의는 따라서 대화로 정국을 풀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날
이만섭 총재의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의 사과가 없는 한 의회정치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폭탄 선언했다.

동시에 정형근 의원의 부산 발언과 관련,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력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상천 총무도 이날 총무회담후 기자들과 만나 수차례에 걸쳐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는 수동적인 화해정치를 벗어나 정공법으로 야당과 맞서며 정국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때문에 색깔론 제기에 대한 야당의 사과가 없다면 향후 정국은 여야간
대화단절 시대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산적한 민생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그리고 정치개혁법안은 여권
단독으로 처리될수 밖에 없는 불행한 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형국이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