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재판때보다 심리에 충실할 수 있도록 판사 수를 늘리고 판결문
작성도 가급적 간소화하도록 하겠다"

최종영 신임 대법원장은 29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1년간 변호사로
있던 재야시절에 재판부가 심리에 다소 소홀하다는 점을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결국 재판권의 적정한 행사를 통해
구축될 수 있다"며 "이는 공급자인 법원의 입장이 아니라 수요자이자 소비자
인 국민의 입장에서 사법서비스가 이뤄질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법원장은 최근 젊은 판사들이 대거 법률회사(로펌)로 자리를 옮기는
등 조기퇴직 현상이 일고 있는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법관의 길을 택한 이상 자부심과 명예가 가장 소중한 가치임을
명심해 국민에 대한 책무를 다해 달라"고 판사들에게 당부했다.

최 대법원장은 이어 "법관은 나름대로의 소신과 가치기준을 가져야 재판에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옳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밀고 나가는 정의감과 청렴섬
공정성 등 세가지를 법관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제시했다.

최 대법원장은 또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서는 사법권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
고 전제하고 "본인은 모든 법관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심판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최 대법원장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취임식을 갖고 제13대 대법원장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