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의 부인인 배정숙씨는 23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옷로비를 하지도 않았으며 옷값 대납을 요구한 적도 없다"며 검찰의 수사
발표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 부인 이형자씨의 동생 이형기씨는 "지난해
12월18일 횃불선교센터에서 언니와 배씨가 옷값 대납문제로 말다툼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배씨의 증언을 반박했다.

배씨와 이씨는 옷로비 청문회 첫날인 이날 국회 법사위에 이형자씨의 사돈
조복희씨, 횃불선교센터 이사장 비서 고민경씨와 함께 출석, 이같이 엇갈린
주장을 폈다.

배씨는 또 검찰수사 발표와는 달리 "라스포사에서 호피무늬반코트를 처음
입어본 것은 지난해 12월26일이 아닌 12월19일이며 이후에는 입어본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배씨는 특히 "지난 5월 검찰은 아무리 진실을 얘기해도 듣지 않았다.

중앙병원에 실려갈 때 수사담당자인 이 모 검사가 "배정숙이 십자가를 지게
된다"고 세번이나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검찰이) 내가 안한
말을 한 것처럼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이형자씨를 무고로 기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배씨는 "영감님(강 전 장관
지칭) 하고 의논해 국회 등에서 옳고 그름이 밝혀지는 것을 보고나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이형기씨는 "지난해 12월18일 횃불선교센터에서 언니와 배씨가
옷값대납 문제로 큰소리로 말다툼을 하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언니가 배씨와 싸운 날 저녁 형부(최순영 회장) 집으로 (정일순
사장이) "내일 총장부인에게 줄 밍크세벌과 외제옷을 준비한다"고 하길래
언니(이형자씨)가 "얼마입니까 저는 그거 지불하지 않겠습니다. 총장부인이
오면 주지도 마세요"라고 답하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증언대에 오른 조복희씨는 "배씨가 지난해 11월10일 세종문화회관
커피숍에서 ''사돈댁(최 회장)이 지금 (외화도피혐의로) 내사를 받는 중이고
검찰이 너희도 연루된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비오기전에 우산을 준비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그러나 "뇌물을 준비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고민경씨는 "지난해 12월18일 사무실에서 원장(이형자씨)이 배씨에게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할 수 있느냐. 하나님이 두렵지 않느냐"며 큰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 최명수 기자 me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