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임창열 두 전 경제부총리.

이들의 뒤바뀐 인생항로가 화제다.

환란의 책임자로 몰렸던 강씨는 20일 무죄선고로 "면죄부"를 받은 반면
강씨의 바통을 넘겨받은 임씨는 "환란 소방수"로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비리
혐의로 구치소 신세를 지고 있어서다.

강씨와 임씨의 명암이 엇갈린 것이다.

강씨는 지난 97년 11월 외환위기로 인해 경제부총리 자리를 임씨에게 물려
준 뒤 온갖 비난의 소리를 다 들어야 했다.

"가장 무책임한 인물" "국가부도의 장본인" "나라를 거덜 낸 사람" 등
그로서는 참을 수 없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이 때문에 강씨는 한나라당에서 쫓겨났다.

국회의원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역구에서도 푸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강씨는 이번 무죄 선고로 정치적 재기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뜻도 분명히 했다.

외환위기의 전 과정을 담은 책을 집필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자신이 최선을 다했음을 밝히겠다는 의도다.

임씨는 IMF 위기때 통상산업부장관에서 경제부총리로 발탁돼 강씨의 뒤를
이은 인물.

"IMF 해결사"로 화려하게 등장,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새정부 들어서도 승승장구했다.

6.4 지방 선거에서 IMF 위기를 극복시킨 "구세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민선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임씨는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에 연루돼 부인 주혜란씨와 함께
영어의 몸이 됐다.

게다가 환란사건 재판부가 "임 부총리가 적어도 IMF 구제금융 신청이 진행중
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해 임씨의 입장은 더욱
난처하게 됐다.

임씨는 환란사건 증언을 통해 "IMF행을 사전에 몰랐다"고 일관, 거짓말을
한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