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경기 용인 출신 이웅희 의원이 19일 당지도부의 "독선적"
행태와 용인시장 보궐선거 후보 결정 등에 반발,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이 의원은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문공부장관을 역임한 3선 중진이다.

이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하순봉 사무총장에게 탈당계를 제출한 뒤
기자실에 들러 "당을 독선적으로 운영하고 사당화하는 현상을 보면서 더
이상 한나라당에 몸 담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오는 9월9일 실시될 용인시장 후보자 공천결정 과정에서
지도부가 당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와 지구당위원장인 자신 및
지구당당원들의 의견을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또 "용인에서 이제 이웅희는 시장 후보 공천에도 영향력을 못미치는 사람
으로 인식되는 등 입지가 땅에 떨어졌다"며 "이번 공천 결과는 나를
물러가라고 하는 것 밖에 더 되느냐"며 격분해 하기도 했다.

표면상으로는 용인시장 후보로 자신이 밀었던 김학규씨가 탈락하고 구범회
부대변인이 공천을 받은 데 대한 불만이 이 의원 탈당의 직접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 의원이 지난 97년 대선 후 당의 지도노선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던 점도 그의 탈당 결심을 재촉하게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당분간 무소속
으로 남겠다"고 말했을 뿐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여권에 합류할 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 의원이 이날 "나이 70이 다 된 사람이 차기 총선에서 어느 당으로
출마할 것인가 등을 염두에 두고 그 수순의 일환으로 탈당을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듯 이 의원이 금방 움직이는 일을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코앞에 닥친 용인시장 선거는 물론 이 의원의 탈당
으로 당소속 수도권 의원들의 심적 동요가 일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는
분위기다.

< 박정호 편집위원 j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