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8일 김영배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을 전격 경질하고 당
8역의 사표를 모두 수리한 것은 자민련과의 불협화음을 재빨리 봉합키 위한
고육지책이다.

동시에 "옷로비"등 잇딴 의혹사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야당에
질질 끌려다닌 국민회의 지도부에 대한 문책의 뜻도 담겨 있다.

<> 김 대행 전격 경질 배경 =국민회의 전당대회(8월 하순께)가 한달남짓
앞둔 상태여서 당초 김 대행의 사표만 반려하려 했던게 김 대통령의
뜻이었다.

그러나 특검제 문제와 관련한 김 대행의 잇단 발언에 대해 김종필 총리가
"헤어질 때가 됐다"며 격노하자 이날 오후 김 대행의 사표까지 수리했다.

김 대통령은 김 총리와 김 대행의 불협화음이 양당 공조체제를 붕괴시킬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을 국회에 출석중인 김 총리에게 보내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좀처럼 김 총리의 화가 가라앉질 않았다.

급기야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정길 청와대 정무수석을 국회로 보내 김
총리에게 김 대행의 사표를 수리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비온 뒤 땅이 굳듯 양당 공조체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하며 양당간 균열을 재빨리 봉합했다.

특검제 도입문제로 꼬인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동여당인
자민련과의 공조체제가 절대적임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물론 자민련과의 공조 필요성 이전에 "김 대통령의 시국수습 구상을 편안
하게 하는게 도리라는 판단"이 김 대행과 당8역 사퇴의 1차적인 이유다.

김 대행은 이날 오전 당8역회의를 마친 뒤 "지금의 여야관계는 특검제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져 시국수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직접적 배경은 <>여당으로서의 정국주도권 상실 <>특검제도입문제를
둘러싼 자민련과의 혼선 <>김 대행과 당3역간의 불협화음설 등 이 혼재된
결과라는게 여권의 일반적 관측이었다.

김 대행도 "지난 6월25일 김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했을 당시 당지도부가
사퇴했어야 옳았으나 그렇지 못했다"며 당 지도부의 사의 표명이 그동안의
실정 때문이란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로 국민회의는 "고관집 절도사건" 등 각종 의혹사건이 잇따르며 국민의
비난이 거세지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야당에 질질 끌려다녔다.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넘겨주고 방향을 상실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여기에 "그동안 김 대행과 당 3역간의 손발이 잘 맞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야관계가 잘 안된 편이었다"(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판단도 사퇴의 배경
으로 작용했다.

한화갑 총재특보단장, 김옥두 지방자치위원장 등 동교동계의 전진배치가
이뤄지는 등 최소한 총장 총무는 경질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 당직개편 방향은 =3개월만에 총재권한 대행직에서 물러나는 김 대행의
후임은 누가 될 것인가.

집권당의 대표란 점에서 "거물급"이 맡아야 하나 임기가 오는 8월 전당대회
까지 한정 될 가능성이 높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김 대통령이 김종필 총리와의 불협화음에도 불구, 김 대행을 유임시키려
한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의외의 인물이 대행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원외인사가 대행직에 오를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차기 대행은 이만섭 상임고문이나 김원기 상임고문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강하다.

총재권한대행은 당헌상 부총재중에서 임명되도록 돼있으나 두 고문중
한사람을 부총재로 임명한후 대행직을 맡기면 절차상 문제될게 없다.

한광옥, 이종찬, 김근태 부총재 등도 차기 대행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한
부총재는 "재보선 50억원 살포설"에 관련됐다는 점, 김 부총재는 당
쇄신위원회 위원장이란 점등의 이유로 대행직을 맡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차기 대행으로 자주 거론돼 왔던 이수성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하마평에 오르 내리고 있다.

대행직과는 달리 사무총장 등 당 3역은 실세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당내부는 물론 당과 청와대간 불협화음을 감안, 동교동계의 전면
배치설도 나온다.

따라서 사무총장이 경질 될 경우 한화갑 총재특보단장 박상천 전 법무장관
또는 김옥두 지방자치위원장이 후임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또 새 총무로는 김원길 전 정책위의장 이해찬 전 교육장관 이협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장영철 정책위의장은 유임 가능성이 높으나 장재식 의원의 기용설도 만만치
않다.

< 최명수 기자 me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