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정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비롯 여야 의원들이 지난주 국회 본회의에서
앞다퉈 던진 화두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력을 발휘, 국민들에게 정치의 존재 이유를 심어
줘야 한다는 속뜻을 담고 있다.

"정쟁만 지속할 경우 천민국회로 전락하고 만다"(국민회의 안동선 의원)는
우려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같은 현실을 인식, 김대중 대통령은 출국 전날인 지난 1일 김종필 총리를
만나 야당의 뜻을 수용해 정국을 풀어갈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김 총리는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야당이 제기
하는 특별검사제 문제는 국회에서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지루하게 대치해온특검제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한 것이다.

이로 인해 파행 위기를 맞았던 제 205회 임시국회는 일단 순항 기류를 타게
됐다.

돌출 악재만 없다면 경제현안에 대한 대정부질의(6일), 중산층및 서민보호
대책 마련을 위한 추경예산안 심의(9-14일) 등도 예정대로 진행된다.

그렇다고 최대 현안인 특검제 도입이 조속 타결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윗선"에서 타협을 지시한 만큼 여야 양측이 "몽니"로 일관하는 파행은
없을 것이나 조사대상 확대, 도입 기한, 특별검사 지명권 등의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삼성자동차 법정관리와 관련, 오는 7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대규모
시위도 금주 정가의 새 불씨로 떠올랐다.

자민련은 박태준 총재가 8일 직접 부산을 찾는 등 정치권이 "부산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으나 그 성과는 미지수이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집회에 참석, 타는 민심에 휘발유역활을 할
경우 정치권은 엉뚱한 방향으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은 같은날 귀국하는 김 대통령이 어떤 구상을 밝히느냐
이다.

이것이 정국향배의 관건이 될 것임은 물론이다.

김 대통령은 귀국 직후 김 총리 등 여권 수뇌부와 회동한다.

또 관례대로 여야 총재를 청와대에 초치, 외유 결과를 설명한다.

이 자리에서 이회창 총재와 자연스럽게 "상생의 정치"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정치권의 일반적 관측이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국회가 열리면 정부 고위직이 국회에 총집결,
행정이 마비된다는 사실이다.

더우기 대통령이 외유중인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국회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문제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박준규 국회의장이 지난주 장관 출석을 고집하는 의원들에게 "정부는 일
안하고 매일 국회에 와야 하느냐. 국회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며 질타한
것도 바로 이런 배경이다.

< 김영규 기자 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