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6월25일 월례간담회에서의 대국민 사과발언 이후
정부의 경제개혁 작업이 가속화되면서 김 대통령의 경제정책 운용기조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대기업과 가진 자에 대해서는 더욱 조이고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중산층과
서민은 끌어안는 모습이 거듭되고 있다.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재계 동의없이 전격 수용한 ''6.25 노정합의''에서부터
출발, 지난 28일에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세제개편을 선언했다.

이어 한진그룹 등에 대한 세무조사실시, 삼성자동차 문제를 사재출연
방식으로 조기매듭지어 국내외의 불만을 잠재우는 수순을 밟았다.

김 대통령이 지난 30일과 1일 노동계 대표와 경제5단체장을 잇따라 만나
나눈 대화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DJ노믹스"에서 노동자와 서민중심인 "대중경제"로의 대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와 관련, 8.15 광복절을 계기로 "생산적 복지정책"에 관한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그러한 추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한진그룹 세무조사와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등의 문제는
특별한 의도가 없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강변하고 있다.

한진과 보광그룹 세무조사의 경우 국세청이 작년부터 음성탈루소득을
조사해오던 연장선상이며 삼성자동차 문제도 삼성그룹 스스로 이건희 회장의
사유재산을 출연하는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이기호 경제수석은 "김 대통령이 삼성자동차 문제에 대해서는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만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최근 일련의 조치는 김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한국의 경제개혁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내각제문제 내년총선 등의 정치일정을 감안한다면 김 대통령이 기업구조조정
을 매듭짓는데 시일이 너무 촉박한 면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재벌을 압박하는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면서 자칫 정부의 개혁의지가 왜곡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거나 반사이익을 주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생산적 복지"정책은 정치적인 변수를 감안해서라도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꾸준히 추진될 전망이다.

그대신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관계당국의 압박은 상당기간 지속되겠지만 그
강도는 여론과 상황에 따라 신축적일 것으로 보인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