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30일 정부에 대해 공개적인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정책을
둘러싼 당정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더이상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치권의 의견이 지나치게 반영될 경우 일관성있는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없게 된다며 못마땅해하는 표정이다.

국민회의는 이날 공직자 경조사비 금지조항을 1급이상 고위공직자에게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정책혼선을 막기 위해 당정협의를 거쳐 확정된 정책만 발표하던 기존
관행에 비춰보면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다.

당이 이렇게 결정했으니 세부지침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지시"한 것과
같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공개경고"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박병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당정협의를 통해 결정된 정책에 대해서는
당이 책임지겠지만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이 결정된 경우 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책위 관계자는 "경조사비 문제는 당과 전혀 협의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행정자치부는 당의 방침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공무원들은 국민회의가 지나치게 표만 의식한 채 현실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지방 기술직 공무원만 해도 경조사때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다"며 "대부분 기업체들은 정부방침에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국민회의 정책위는 최근 시내전화 인상을 보류시키는 등 각종 공공요금을
올릴 수 없다고 주장, 정부측을 당혹케 했다.

정부는 시내전화사업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한국통신의 해외주식예탁증서
(DR)를 발행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요금인상을 약속했다는 이유를 들며
당의 방침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당은 또 국민연금과 의료보험료 인상 억제 뿐만 아니라 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등 정책 문제와 관련, 정부측을 압박하고 있다.

당정간 정책을 둘러싼 갈등 뿐만 아니라 감정적 대립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이 29일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 관련, 한 당직자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지 않았다면 대통령이
잘못했단 말이냐"며 격앙했다.

국민회의는 지금까지 정부가 모든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비난과
책임은 모두 당의 몫이었다며 당정 관계에서 "당 우위"가 확고한 원칙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국정을 당이 주도적으로 처리하라"며 당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국민회의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러나 당의 개입으로 개혁 정책이 퇴색되는 등 부작용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어 당정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