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옷 로비" 신드롬에서 좀체로 헤어나지 못하고있다.

검찰이 지난주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옷 바람은 오히려 드세지는 형국
이다.

여권은 "쉬이 끓다 쉬이 식는" 여론의 냄비성 근성이 되살아 나길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국민들의 "망각"에 기대며 민심수습 대책을 마련, 옷바람을 잠재우겠다는게
여권의 기본 전략이다.

그러나 6.3 재선거에서 압승한 한나라당이 그 여세를 몰아 "옷 로비"
사건을 정치쟁점의 중심으로 밀어 부치고 있어 그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옷 파문의 핵심 쟁점인 김태정 법무장관의 해임을 대여 공세의
최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를위해 국정조사 요구서도 국회에 제출했다.

나아가 "국민회의 3.30재보선 50억원 살포설"등 각종 의혹도 파헤쳐 현
정권의 부도덕한 이미지를 국민들에 깊게 각인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임시국회를 십분 활용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금주중 국회를 열어 대여 압박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에 반대하는 여권은 한나라당이 퇴임을 요구하는 김봉호 국회부의장
(국민회의)의 사회권보장 등 상대편이 수락하기 어려운 전제조건을 내걸고
시간끌기로 맞설 태세다.

주초 여야 총무회담 또는 부총무회담등이 열려 임시국회 개회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나 그 결과는 불투명하다.

옷로비와 관련, 여여간에 형성된 난기류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주목거리다.

6.3 재선거에서 공동 여당간 연합 공천이 처음으로 패배를 겪자 자민련내
에서는 김 법무장관의 유임에 대한 반발과 함께 여여공조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용환 수석부총재 박철언 부총재 등 당 중진들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해
국민회의측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내각책임제 실시, 중선거구제 도입 여부 등으로 국민회의측과 마찰을 빚고
있는 지금 옷 바람이 자칫하면 여.여공조의 틀을 깰수 있는 "불씨"를 제공할
수도 있다.

"최순영 리스트"는 실체 여부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의원회관에 이와 관련한 몇종류의 괴문서가 나돌고 있다"는 루머가
"청와대가 정국전환용으로 대대적인 사정을 가할 것"이란 관측과 맛물려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어쨌든 정치권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행보에 따라 크게 요동을 칠게
확실하다.

송파갑에서의 압승으로 당내결속과 리더쉽회복, 대여투쟁의 명실상부한
선봉자라는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움켜쥔 이 총재는 이같은 호재를 결코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 총재는 5일 청와대에서 있은 김대중 대통령의 소련 몽골순방 설명회에
불참함으로써 그의 의지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동안 밀렸던 당내외에서의 입지를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속뜻이다.

이번 한주는 이 총재의 공세와 여권의 방어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정국흐름의 가닥을 잡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다.

< 김영규 기자 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