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재선거는 야당 총재가 출마했다는 점, 그리고 "옷 로비"의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총선 못지않은 관심을 보였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나온 송파갑의 투표율이 최근 실시된 재선거 또는
보궐선거중 가장 높았던게 이를 말해준다.

이번 재선거는 따라서 단순한 지역선거 수준을 넘어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이후 추진한 일련의 개혁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적 성격도 갖고 있다.

선거구가 지역 감정이 약한 서울과 수도권이란 점 때문이다.

선거 결과가 향후 정국운용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정치권은 내각제실시 정치개혁법안등 풀어야 할 굵직 굵직한 현안을
잔뜩 안고 있다.

이를 근거로 내년 4.3 총선을 앞두고 "공천"이란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옷 로비" 사건은 검찰의 진상 발표에도 불구,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따라서 재선이 끝나면 여야는 즉시 야당이 소집해 놓은 204회 임시국회에
들어가 "옷 로비"사건을 놓고 기세 싸움을 하게된다.

"김태정 정국"으로 몰고 가려는 야당과 정쟁중단을 원하는 여당간 한판
승부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야당측은 시민단체등의 호응을 업고 현정권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며 김
장관의 퇴임을 강력히 밀어부칠 기세다.

여기다 김 장관의 유임을 반대해온 자민련측이 은연중에 야당을 지지할 경우
국민회의는 "사면초가"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사실 자민련측은 "옷 로비" 의혹과 관련, 김대중 대통령이 김 장관 유임을
강력히 주장해 이를 수용은 했으나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김종필 총리도 2일 항의 방문한 야당의원들에게 "도덕적으로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며 불쾌한 감정을 내비쳤다.

자민련의 이건개의원등은 공개적으로 김 장관의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기회로 그동안 야당을 은연중에 괴롭혀온 사정라인에 대한
손질과 함께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관련자의 문책도 거론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개혁법안도 정가에는 "태풍의 눈"이다.

"중선거구.정당명부제"를 골자로 한 여권 공동안과 소선거구제를 앞세운
야당안을 놓고 여야가 팽팽히 맞설 태세다.

여기다 자민련 충청권의원들이 소선거구제를 지지하고 나설 경우 정가
기류는 더 한층 복잡해진다.

때문에 이번 재선 결과는 정치권이 안고있는 일련의 현안을 풀어가는 열쇠를
쥐고있는 셈이다.

승리한 측이 정국을 끌어가는 추진력을 얻게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회의는 송파갑에서 지고 인천 계양.강화갑 한군데서 이겨도 여권의
입지는 그대로 유지될수 있다고 판단, 이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었다.

야당 총재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의 패배는 "그럴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사실 3일의 재선거는 야당쪽에 유리하게 전개됐다.

옷로비사건에 대한 검찰발표가 있고 대통령이 나서 김태정장관에 대한
경질불가를 명백하게 밝혔지만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런 상황을 십분 활용, 압승을 거두면서 정권교체 이후 처음
으로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회창 총재의 당선이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이총재의 입지가 강해지며 그동안 분열 양상을 보인 야당의 결집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여권은 중선거구제에 대한 반대론, 내각제실시등이 맞물리면서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유지해온 여여공조를 축으로 한 정치구도의 붕괴를 경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김 대통령이 오는 10일 국민회의 소속의원과 당무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치한
것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정국전환책인 것으로 정가는 보고있다.

결국 향후 정국향배의 열쇠를 쥐고있는 6.3 재선거 결과로 정계는 새로운
판을 짜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 김영규 기자 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