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일 "옷 로비"의혹과 관련, 수사 전모를 발표하자 정계의 관심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6.3 재선거에 집중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여야간 역학 관계는 물론 향후 정국 운용 방향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재선거가 김태정 법무장관에 무혐의 판정을 해준 검찰 발표에 대한
심판의 장이 될 것이라는 현실 인식의 반영인 셈이다.

경우에 따라 김 장관에 대한 면죄부가 한시적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게 정계의 시각이다.

여야가 모두 2승이냐 1승1패냐 2패냐는 스포츠 경기식의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막판 표몰이에 총력전을 펴는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선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송파갑과 인천 계양.강화갑 두 선거구를 모두
이길 경우 현재 추진중인 개혁 방향에 주도권을 잡고 밀어 부칠수 있게된다.

국민으로 부터 검찰 수사결과가 정당하다는 판정을 받은 이상 한나라당의
눈치를 보며 정국을 끌어갈 이유가 없어져서이다.

특히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낙선하면 야당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어 정국
운용에 개입할 여지는 상당히 좁아질수 밖에 없다.

여권은 차선책으로 두 선거구중 한곳만 건져도 문제될게 없다는 분위기다.

"1승1패"도 여권의 승리로 볼수 있다고 간주하고있다.

야당 총재가 출전한 지역에서 패배해도 "박빙" 지역인 인천에서 승리하면
이도 여당의 행보에 국민이 긍정적인 평가가 내린 것이란 분석을 깔고 있다.

이날 사건 결과가 발표된후 국민회의는 국력 소모 양상을 띄는 "옷 로비"
정쟁을 그만 두자는 입장을 밝힌후 "서민층 껴않기"를 골자로 한 민생수습책
에 나선 것도 이번 재선거의 승리와 정국주도권 장악책의 일환인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두 지역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정국의 향배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이는 여론이 현 정권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야당측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따라서 2승을 낚으면 정권교체후 열세에 몰린 위상을 단숨에
회복, 대여 투쟁의 수위를 높일수있는 발판을 마련하게된다.

재선에서 승리한 이회창총재의 입지도 상당히 강해져 분열된 당내 분위기를
호전 시킬수 있다.

그동안 소원했던 시민단체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우선 김 장관의 퇴임투쟁을 통해 민심잡기 전략에 나설
게 뻔하다.

동시에 "사직동 팀"등을 비록 그동안 야당을 괴롭혀 왔다고 생각하는 사정
라인에 대한 대폭적 수술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설 움직임이다.

여야간 협의가 시작될 정치개혁안에 대한 입지도 좋아진다.

가뜩이나 여권이 마련한 정당명부제등 정치개혁 법안에 불만을 갖고 있는
야당으로서는 호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날 검찰 수사 결과와 관련 "짜맞추기식 면죄부용"이라 비난의
톤을 높인 것도 재선 승리를 위한 포석이다.

결국 향후 정국향배의 열쇠를 쥐고있는 6.3 재선거의 결과에 따라 정계는
새로운 판을 짜야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전망이다.

< 김영규 기자 y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