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대통령의 기념사업이 국민화합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정치지도자 동상이 건립된다.

의회지도자상건립자문위원회(회장 고병익. 전 서울대총장)는 1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제1차회의를 열고 우남 이승만 박사(1875~1965)와 해공 신익희
선생(1894~1956)의 동상을 연내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제헌의회 의장과 부의장을 지낸 이 박사와 신 선생은 우리나라 의회사의
양대 거목.

신 선생은 자유당의 장기집권계획에 맞서 지난56년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나섰다.

전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당선을 눈앞에 두고 선거직전 숨진
비운의 정치지도자다.

숙명적으로 정적관계일 수 밖에 없었던 이 박사와 신 선생의 전신입상이
연내에 국회에 나란히 세워지는 것이다.

자문위원회는 또 조병옥 박사(1894~1960)와 장면 전총리(1899~1966),
박순천 여사(1898~1983)의 흉상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턴다홀에 세울 계획
이다.

이들의 동상건립은 국회 사무처가 공적사항 의견서를 자문위원회에 제출하면
오는 21일 결정키로 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미군정의 중재역할을 맡았던 조 박사는 지난 56년
민주당 대표 최고위원을 지내고 3,4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의회지도자다.

민의원이었던 장 전총리는 4.19혁명이후 제2공화국의 국무총리로 선출돼
5.16쿠데타까지 8개월23일만에 자리를 물러난 불운의 지도자.

박 여사는 지난 65년 민중당 대표최고위원으로 한국최초의 여성정당대표이자
최다선(5선)여성의원이라는 점에서 흉상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의회지도자상건립집행위원장인 박실 국회 사무총장은 "이 박사와 신 선생의
동상건립은 과거 정적관계를 깨끗이 씻고 화합의 정치를 이루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또 "박순천 여사의 경우 동상건립대상요건(사후 20년이상)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여성의회지도자로서의 상징적인 의미와 여성의 의회
진출을 독려한다는 차원에서 흉상건립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회지도자들의 흉상건립은 이미 국회예산에 6억원이 배정돼 있어
재정적인 문제는 없다 "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의회의사당내에 96개 인물의 전신상이 국민조각홀에 설치되어
있다.

주로 각 주를 대표하는 인물중 국가적으로 특출한 인물을 선정해 각 주의
예산으로 조각상을 만들었다.

프랑스도 왕정시대 정치인과 프랑스혁명시기, 19세기 의회지도자 동상 16개
와 상원의장 및 의원 동상 14개가 의사당 곳곳에 세워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상이 국회 본회의장 앞인 로턴다
홀 1층입구 양쪽에 나란히 서 있다.

또 로턴다홀내에는 임시의정원 초대의장인 이동령 선생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은 박물관에서 빌려온 것이어서 되돌려
줘야 한다.

의회지도자상 건립은 자문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국회 운영위원회(위원장
손세일)에서 심사한 뒤 본회의에서 의결된다.

내년이면 여야 의원들이 나란히 선 자신들의 정신적 지도자 동상을 보면서
"용서와 화해"를 통한 "화합의 정치"를 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 최명수 기자 me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