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고승덕 변호사 후보사퇴를 계기로 새롭게 부상한 2개 난제를
안고 고심하고 있다.

재선거 보이콧과 의원 징계 여부가 그것이다.

한나라당은 재선거 보이콧 방침을 검토했으나 막상 실천단계에 들어가자
제1야당 입장에서 후보 불출마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있다.

또 당명과는 달리 소신에 따라 노사정위법표결에 참여한 이수인, 이미경
의원에 대한 출당방침도 결국 2석을 잃게 될 뿐 실익이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지도부도 "명분"과 "실리"사이에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재선거 보이콧 문제 = 30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대여강경 투쟁엔 한목소리
를 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재선거 출마를 포기할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맞서 다음주
에 결론을 내리는 선에서 정리했다.

당내 실리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서울 송파갑을 포기하기 아깝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인천계양.강화갑에서 안상수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는 현실론이 세를 얻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고씨 불출마 문제를 재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선거자체를
보이콧하는 것보다 실익이 크다는 견해가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여권이 야당후보를 회유해 강제로 불출마 선언토록 한 것은 민주주
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사안인 만큼 차제에 선거를 거부, 강력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강경파의 목소리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당내에서는 강경론과 유화론이 팽팽하다"며 "명실
상부한 제1야당에서의 재선거 거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에 중심이
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실리"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수인, 이미경 의원 제명문제 = 두 의원의 징계문제는 일단 다음주 당기
위원회에서 매듭짓기로 했다.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는 이들의 징계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출당조치 여부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수인, 이미경 의원을 제명해 당의 기강을 바로잡고 대외적으로도 고씨
출마포기 사태에 대한 강경 입장을 천명하는 계기로 삼고 싶지만, 이럴경우
의석수가 줄어들어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게 현실적인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강경론자들은 "15대 국회 임기도 1년이 채 남지 않았으므로 의석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며 출당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유화론자들은 "의석수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출당은 두 사람이 바라는
일"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한편 당 지도부는 두 의원 문제를 분리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수인 의원의 경우 출당 조치를
취할 것이고, 이미경 의원은 징계 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사자인 두 의원은 "당의 처분에 따르겠다"며 "그러나 이 자리에서
소명하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일자 ).